매일 에세이

친애하는 나의 검사님(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정명원 지음)

무주이장 2022. 2. 7. 15:47

친애하는 나의 검사님(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정명원 지음)

 

 친애하는 나의 검사님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검사님은 아이들과 집에서 체포 놀이를 즐기신다고 하지만, 제가 그 놀이를 검사님과 같이 하는 것은 선뜻 내키지 않습니다. 검사님과 말을 섞어봐야 검사님의 인지 범위가 넓어지는 것에 반비례하여 나의 행동반경이 좁아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어서 그렇겠지요. 그렇지만 검사님이 동료들과 나누는 얘기, 검사님의 고객들(?)과 겪는 일, 검사님의 직업이 만드는 가정의 풍경은 듣고 싶었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 수사내용을 브리핑하는 각진 단어들이 진실을 강요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듣기만 하는데 검사님의 모습이 그려지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제 주변에 아는 검사님이 있었지만, 그들은 자기 직업에 대하여 애살맞은 얘기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검사님은 가지고 계신 능력이 그들은 없었겠지요. 그래서 검사님의 글이 반가웠습니다.

 

 아웃사이드, 비주류라는 말을 자주 들었던 저로서는 체질적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복잡한 곳, 핫한 곳, 관심이 집중되는 곳, 가장 높고 가장 비싼 곳을 불편하게 느끼고, 그 불편함을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않겠다는 다소간의 고집을 가지신 검사님이 좋습니다. 검사님의 주변에는 아마도 그런 분들이 많으시겠지요. 유유상종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저도 젊은 시절, ‘원의 중심으로 들어가려고 애를 쓰다가 스스로 찾은 외곽의 어느 지점에 머무는 결정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아쉬움을 표하는 동료, 선배들이 진심이었길 바랐지만, 그것이 경쟁자의 탈락으로 생각했던들 뭐 그리 중요했겠습니까. 자기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절뚝거리며 걷지 않게 된 것에 만족합니다. 뭐라고 설명을 할 수 없던 아쉬움을 친애하는 검사님이 알게 해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아파트를 건설하는 일을 한때 했던 저로서는 민원이 많아졌다는 것을 보며 변화를 감지했습니다. 떼법이 우선한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동료들과 상사들의 말에 동조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지출하기 싫어하는 사업주를 설득하여 민원인들이 만족하고 돌아서는 모습을 기억합니다. 아마도 이런 면에선 제가 친애하는 검사님보다는 능력이 조금 더 나은 듯합니다. 하지만 해결해 줄 수 없는 민원을 가진 민원인에 대한 검사님의 당혹감 혹은 무력감을 친애하시는 것에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저는 제가 해결한 민원인들과 아직도 전화할 수 있고, 시간이 허락하면 다시 만날 수도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검사님이 부러운 것은 왜일까요.

 

 저는 세상에 대고 말을 하면 세상이 응답을 할 것으로 믿었습니다. 사장에게 결정을 번복하시는 것이 시간비용을 줄이고, 사업비도 줄일 수 있다고 말을 하면 오냐, 그러마라고 답을 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안 돼응답이 오면 줄기차게 가서 요구했습니다. ‘당신의 시간과 당신의 돈을 내가 아껴주는데, 왜 안 받죠?’ 속으로 생각하면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주변에서는 제가 사장을 들이받는다고 오해를 했습니다. ‘저들이 나를 모함하는구나생각하면서 그들과 논쟁을 하였습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사장이 우스운 말을 하셔서 웃었더니, 그 후 자연스럽게 퇴사를 강요당했습니다. 아내의 반대로 자진해서 퇴사를 할 수가 없었는데, 다행히 아내에게 퇴사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수월해졌습니다. 검사님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는 없지만) 하기 싫은 말은 하지 않을 자유와 (웃긴다고 해서 그때마다 웃을 수는 없지만) 웃기지 않은 말에는 웃지 않을 자유를 꿈꾸신다고 하셨는데 정말 현명하십니다. 작위와 부작위를 설명할 때에는 저의 경험과 검사님의 자유를 대비해서 설명하면 저와 같은 우둔한 사람이 줄어들 것으로 희망합니다.

 

 친애하는 검사님은 국숫집을 하시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에는 아직 국수 마는 실력이 많이 부족하시다고 고백하시지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잘하실 것 같으니, 법률 서비스를 주업으로 하시고, 의뢰인에게 국수를 참이나, 한끼 식사로 대접하시면 국수 마는 솜씨도 늘고, 의뢰인도 다소 늘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만에 하나, 법률 서비스가 부족한 것으로 판정이 나면 그때 연습했던 솜씨로 국숫집을 하시면 될 듯도 합니다. 부디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친애하는 검사님.

검사님을 알게 되어 무척이나 반가웠다는 말씀을 다시 전하면서 이만 글을 맺을까 합니다. 다음에도 다시 책으로 만나면 좋겠습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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