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와이즈베리

무주이장 2022. 1. 26. 14:25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와이즈베리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사과 농사를 짓는 경우, 사과가 많은 충청도 지역에서 병해충으로 사과농사가 망하면, 무주에서 사과를 키우는 나는 웃는다. 사과금이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작게 농사짓는 경우도 문제이지만, 크게 농사짓는 충청도 사과재배 농민은 외상으로 처리해둔 농약비용과 이미 지급한 일용노동자의 노임이 많기에 크게 손해 본다. 남의 불행에 웃기에는 마음이 불편하다. 배추 농사도 그렇다. 배추가 금값이 되려면 내 밭의 배추에만 문제가 없어야 한다. 다른 많은 배추 농민의 밭에 있는 배추가 수확이 없거나 적어야 내 주머니가 두둑하다. 그래도 이것은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다. 자연이 베푼 혜택(?)으로 내가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수요량이 줄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내가 정한 것이 아니라 시장자본주의 법칙이라지 않는가.

 

 이번에는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코로나가 만연해져 경제가 엉망이 되었다. 전염병을 막기 위하여 각종 규제를 하다 보니 생긴 문제다. 국가경제에 주름이 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각국의 방역당국은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어딘가는 집단면역을 해보자고 정책을 결정하고, 다른 나라는 도시 폐쇄까지 결정한다. 집단면역을 한 나라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하여 국가경제에 부담이 적었을 것이다. 자영업자들에게 지원과는 별도로 영업제한 등의 규제가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두가 만족할 것 같은데, 문제는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환자발생률이 높아지고 사망률도 덩달아 높아졌다. 나이 많고 기저질환이 많은 노인들이 주로 사망했다. 자국민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 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결국 집단면역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 사람들은 왜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가능한 정책에 대하여 불편함을 나타내고 반대했을까? 노인들은 생산활동인구도 아니고, 오히려 연금 수혜 대상이며, 국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대상자들이라 경제적으로 따지면 그들이 국가에 내는 세금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을 것이란 추정이 상당한데도 왜 그랬을까? 인간의 생명은 귀하다는 규범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이의 목숨값과 늙은이의 목숨값이 다르다고 말하기에는 우리의 윤리관이 허용하기에 불편했던 것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사람들의 죽음을 통해 재정적 이익을 얻게 하면 본인과 우리의 윤리적 민감성이 무뎌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윤리 그까짓 것이 돈이 되더냐며 무시하는 세월을 너무 오래 살았다. 저자는 이런 무뎌진 도덕관념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런 그의 주장이 현실에서 정책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우리는 너무 멀리 온 느낌이다. 오늘의 경제학은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학문으로, 사람은 비용과 이익을 저울질하여 최대의 행복이나 효용을 안겨주리라 생각되는 것을 선택한다고 가정을 해버린다. 이렇게 개념이 받아들여지면 무엇이든 가격을 매길 수 있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나라살림을 사는 부서의 책무를 다한다는 성실성에는 자영업자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 없다. 세수 예측을 줄이는 졸렬한 노력은 현장의 자영업자의 생명줄을 끊기도 한다. 비용과 이익이라는 차가운 단어가 냉혹함을 변호한다.

 

 원가와는 무관한 아파트 가격은 과연 시장자본주의의 원리를 따른 것일까? 많은 돈을 가진 사람들이 함부로 집을 사서 비싼 임대료뿐만 아니라 비싼 가격을 받고 되팔게 하는 것은 옳은 것일까? 보유세를 늘리면 공산주의자들이라며 비난하는 것은 과연 허용해도 되는가?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그가 예로 든 사항들(시장, 새치기, 인센티브, 죽음, 명명권) 뿐만 아니라 우리가 너무도 흔하게 보고 있는 거래들에 대하여 공정한가? 부패와 타락은 없는가? 품위 없는 짓들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런 생각이 좀처럼 현실의 벽을 넘어서기에는 벅차지만 그래도 저자의 도움을 받아 생각한다.

 

 “사고파는 것에 영혼을 팔면 쪽팔리니까.”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