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정말 관심을 가졌을까? ‘목요일의 아이’, 시게마쓰 기요시 지음
‘하루히코가 꾸며 내던 빈틈없는 미소를 꾸짖을 자격 같은 건 내게 없다. 나도 진짜 웃는 표정을 하루히코에게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나는 하루히코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무릎을 콘크리트 바닥에 찧은 순간 이상한 그리움이 느껴졌다. (중략)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신의 은총을 받는 사람처럼. 나는 하루히코에게 말했다. “캡슐을…… 아버지에게 전부 줄래……?”’
중2학년 남의 자식을 사랑하는 여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42살에 아버지가 되기로 했던 주인공이 아들에게 간절히 바람을 전달하는 대목입니다. 자신의 생명으로 세상과 맞서기로 결심한 것도 모른 채, 아들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아들은 항상 빈틈이 없었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생각했지만 결국 자신도 진심으로 중2의 아들을 바라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제 진심이 진심을 만나게 되고 세상과 맞서 싸우려던 생명은 살고 싶은 본능을 되찾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무기로 세상과 싸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을 억누르고 핍박하고 조롱하는 세상의 사람들을 상대로 싸우다 지쳐 드디어는 자신의 생명을 무기로 싸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그토록 원했던 전차병에서 쫓겨난 변희수 하사는 끝까지 살아서 세상과 싸우기로 했지만 그의 결심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아마도 그가 그녀가 되기까지 누구와도 쉽게 진심을 말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가 그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동경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살기 위해서 트랜스젠더가 되었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추정이 됩니다. 그런데 이것이 외부로 알려진 후부터 우리는 그의 진심을 흥밋거리로나, 또는 성소수자 차별금지 운동권의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들과 대척에 섰는 사람들의 갈등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도 그의 고민과 진심을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는 분노를 그녀의 전역명령으로 표현했고, 탱크병의 자리는 그녀에게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원했던 자리가 허용되지 않는 것에서 변하사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여군은 허용해도 문제 되지 않지만, 트랜스젠더 여군은 큰 문제라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지만, 만약 우리가 이 문제를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진심으로 접근하였으면 변 하사는 자신의 생명을 무기로 이 세상을 부정하는 식의 싸움은 선택하지 않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듭니다.
이것만 아닙니다. 국방의 임무를 좋아해서 군복을 입은 여군들에 대한 성폭력과 성추행, 그리고 이어진 2차 가해가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숨을 무기로 싸워, 추악한 집단 구성원을 지워버리는 투쟁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자살사건이라 부르지만, 개인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세상을 향한 투쟁으로 전투로 느껴지게 하는 것이 시게마쓰 기요시의 소설 ‘목요일의 아이’였습니다.
만약 우리가 그들의 외침에 진심을 다해 듣고, 같이 고민하며 곁에 서 있었다면 그들은 생명이 가진 본능을 해치지 않고도 세상과의 싸움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의붓아들인 하루히코가 가진 아픔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를 이해한다는 것은 42살이라는 경륜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루히코의 고통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그와 함께 했을 때 하루히코는 세상과 맞서 한 번 쓰고 버리려던 그의 생명을 다시 돌아봅니다. 만약 변하사와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하루히코에게 허용되었던 이해와 진심이 허락되었다면 세상은 훨씬 많이 달라졌겠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전 하루히코와 그의 아버지만 보였습니다. 그들의 행복한 관계가 이제 시작되면 바랄 게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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