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C.J.튜더 장편소설 ‘초크맨’, 이은선 옮김, 다산 책방(다산 북스)

무주이장 2021. 11. 15. 13:59

C.J. 튜더 장편소설 초크맨’, 이은선 옮김, 다산 책방(다산 북스)

 

 괴기스럽지 않으면 좋겠다.

불가해한 자연현상으로 핑계 대지 않으면 좋겠다.

귀신, 악마, 사탄이 모든 죄를 덮어쓰고 끝내지 않으면 좋겠다.

 

 스티븐 킹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간혹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비현실적인 모든 가능성을 다 고려한다면(그 존재 증명을 요구할 수 없는 악마나 귀신 악령의 출현) 토커티브할 수 있고 수다스럽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꾸밀 수 있지 않을까? 잘 꾸며진 추리 소설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어쩌면 과문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워낙 스릴러물이라고 해도 요즘은 악령의 출현이 너무 잦다. 이런 단점을 극복한 추리소설이었다.

 

 처음 들어본 이름 C.J. 튜더, 영국 작가라고 한다. 초크맨이라는 제목에서 쉽게 살인마를 생각했다. 그건 오해였다. 작가의 딸이 받은 생일선물이었던 색분필 한 통이 그림으로 둔갑하고 그림을 본 작가가 생각해 낸 초크맨이 설마? 살인마랴! 아무리 이야기가 궁해도 그렇지 작가의 아이가 받은 색분필과 살인이 엮인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 무언가 선의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물론 이건 책을 다 읽고 작가의 감사의 말 끝부분이 나오면서 알게 된 것으로서 내가 믿고 싶었던 근거를 나는 여기서 억지로 찾았다.)

 

 추리소설의 성격상 어떤 이야기도 해주고 싶지 않다. 직접 읽어보라고 권한다. 그러나 작가가 우리에게 던져 준 말들 중 한 부분은 여기서 알려 드리고 싶다.

션 쿠퍼라는 소년의 장례식을 마치고 나온 대사다. 션 쿠퍼에게 폭행을 당한 어린 소년에게 들려준 말인데(누군지 왜 그랬는지는 직접 확인하시고…)

모든 사람의 죽음에 슬퍼할 수는 없지. 션 쿠퍼는 깡패였어. 죽었다고 해서 그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벌어진 사고가 여전히 비극적이긴 하다만.”

아직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요?”

아니. 달라질 기회를 누리지 못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었던 사람들은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선다. 하나는 상처를 주었던 사람도 상처 입어서 괴로웠던 사람만큼, 아니 그 이상의 고통을 받는 저주를 받기를 원하거나, 다른 하나는 용서를 강요당하는 것이다. 네가 편하려면 받아들이고 용서하라고 말이다. 그러나 상처 입은 사람의 가장 강한 저주는 달라지지 말고 그대로 살다가 가라는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사였다. 설마 420쪽의 내용 중에서 저것 하나만 나의 마음을 건드린 것일 수는 없다. 많이 있다. 추리소설 속에 작가의 인생 충고가 가득 있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추신 : 책 속에는 두 개의 오자가 있었다. 그러나 없는 털이 등에서 일어나는 듯한 출판사의 실수에 대한 분노는 없었다. 그래도 수정하시라.

예스24 책방에서 가져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