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시간을 읽고: 물고 뜯고 씹는 끔찍하고 잔인한 시간들
기본적으로 소위 조국 사태를 보는 나의 시각은 평소 검찰개혁을 주장한 조국을 조리돌림을 한 사건으로 본다. 검찰이 가진 수사권과 공소권의 행사 과정을 보면서 정무 감각을 최대한 고려한 검찰의 태도에서 가진 확신이다. ‘조국의 시간’을 읽으면서 평소 진보라고 자칭 떠들어대는 인간 군상들의 잔인함, 잔인함의 원천인 피해의식과 열등감이 보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걱정하는 내용이다.
“나를 밟고 전진하시길 바란다. 다만, 나에 대한 비판이 검찰에 대한 맹목적 옹호나 윤석열 총장에 대한 숭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경고한다. 정치적 편향이 드러나는 수사, 안면 몰수하고 제 식구를 감싸는 조직 이기주의, 인권 침해를 야기하는 과잉, 별건수사 등 검찰권 남용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일부 진보진영 사람들이 나에 대한 비판을 넘어 검찰 또는 윤석열 개인을 ‘정의와 공정의 화신’으로 파악하고 동조하는 것에 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를 ‘기득권 세력’이라고 단순화시키다 보니,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검찰에 부화뇌동한 것이 아닌가. (중략) 과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박수를 보내고 노 대통령을 조롱. 힐난했던 일부 진보진영의 행태가 떠올랐다.”
조국 사태는 조국을 지지하는 시민과 조국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정치권의 싸움을 그대로 가져온 현실의 세력 대결이다. 여와 야의 싸움의 확전이고, 검찰개혁의 찬성과 반대를 둔 싸움이다. 그런데 이 싸움에서 소위 진보라고 자칭하는 군상들은 양비론으로 무장하고 싸움에 끼어든다. 사실 이들의 주장은 이 싸움판에서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전장에서 걸리적거리는 사람들이다. 이쪽도 저쪽도 그때그때 깐죽대는 모습으로 보여 싫어하거나, 한쪽을 비난하니 들어주는 정도다. 싸움판에서 아무도 원하지 않는 훈수꾼이라는 말이다. 양비론은 현실감도 없고 전략도 없다.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다. 평소 자기들이 주도한다는 비현실적인 망상에 빠져, 훈수한다. 그러다 보니, 필요에 따라 아무 편이나 들며 평소 미운털이 박힌 편을 비난한다. 이유 없는 우월감에 빠져 상대를 조롱하는 모습에 구역질이 난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조폭스러운 불법과 편법과 술수가 판치는 수사와 기소를 보는 것이 불편하고, 개선하거나, 개혁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런데 조국이라는 개인, 윤석열이 싸움판에 배치되면 생각이 달라진다. 검찰은 이런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이 나오면 뒤를 캐고 알게 된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기소를 한다. 그 과정에서 나를 건드리면 재미없다는 시그날은 정의로운 검찰이라는 수식어에 감춰지고 검찰의 칼춤은 미화된다. 그리고 검찰 개혁은 없던 말이 된다. 검찰개혁을 이루려면 누군가는 검찰의 칼을 받아 상처를 입거나 죽어야 한다. 그러나 조국은 생환을 했다. 만신창이가 된 조국을 보면서 미운 사람이 있다. 검찰 편인 사람이야 당연하다고 생각하니 별로 밉지 않다. 그러나 평소 그렇지 않던 군상들이 싸움판에 끼어들어 유식을 자랑하고, 상식과 도덕의 잣대를 대며 조롱과 힐난을 하는 것을 보는 것은 불편하고 얄밉다.
윤석열을 ‘정의와 공정의 화신’이라고 생각하는 진보진영 사람들이 정말 있다면, 또 기득권 세력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 강남 좌파, 조국은 검찰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정말 있다면, 검찰 개혁을 말하지 않아야 한다. 조국은 적임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그 적임자의 실명을 알려라. 검찰이 돌돌 마는 것에 대항하여 싸워보라. 입만 가지고 나불대는 꼴은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통합진보당 이석기가 내란선동을 했다는 구체적 내용을 보면 현실적인 능력도 방법도없이 통신시설을 파괴, 국가기관을 장악 운운한 것이 그 예이다. 그런 사실을 이유로 정당을 해산한 것이 그들의 민주주의 파괴 능력을 인정한 것은 아닐 것이다. 현실가능성이 없는 말을 핑계로 해산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었다는 것에 웃음만 나온다. 그때그때 다르게 해석하는 말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현실을 비판하고, 개혁을 주장할 때는 간혹 그럴 듯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 속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좌측 깜빡이를 켜고는 우측으로 간다며 비난하던 사람들이 기억난다. 현실감이 없다는 비판과 무능력하다는 성적을 받던 사람들이 원칙만 들이대며 자기들이 아니었으면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거라며,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협박을 하던 사람들이, 결국은 대통령을 조롱하고 힐난했던 사람들이다.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조국이 싫어서, 조국이 미워서, 윤석열을 정의와 공정의 화신으로 만들고는 물고 뜯고 씹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면 끔찍하다.
조국과 그의 가족에게 평화가 다시 오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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