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 인간이 신의 역할을 하는 것이 잘못인가?
(마이클 샌델의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중에서 나오는 한 꼭지 글을 읽고서) 2
생명공학과 신격화 논란
그러나 하트만은 두 가지 근거에서 솔로베이치크의 종교인류학을 거부한다.
첫째, 하트만은 독단적 자기확신과 순종이라는 양극단 사이를 오가는 것이 영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인간적 경험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둘째, 그의 언약적 신학에서는 처음부터 그 양극단을 조정해놓는다. 인간의 지배에 대해 프로메테우스적인 전망만 갖지 않는다면, 오만한 도전을 시도하려는 유혹은 그가 일컫는 “권위주의적 종교의 궁극적 원칙”이라는 것에 의지하지 않고도 통제될 수 있다. 여기서 궁극적 원칙은 곧 신의 의지는 헤아릴 수 없다는 주장을 말한다.
하트만이 말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억제하는 힘의 근원은 세 가지가 있다.
1. 인간의 유한성
2. 안식일
3. 우상 숭배가 그것이다.
이들 억제력은 “오만한 도전에 대한 반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신격화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 구제책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하트만은 메시아 구원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는 언약적 유대교가 메시아의 구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인간의 유한성을 신과 세상 사이의 확실한 차이에 대한 표현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언약적 삶의 영구적인 특성으로서 유한성과 피조성을 인정하는 것”은, 오만해지려는 경향을 저지하는 하트만 종교인류학에 내포된 억제력 가운데 하나다.
두 번째 억제력인 안식일을 준수하는 것은 일주일의 나머지 날들을 채우는 지배와 통제 활동들로부터 우리를 떨어뜨려놓음으로써 인간의 자기 신격화 경향을 억제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세상에 어떤 식의 변경을 가하는 것이 인간의 자기 신격화 위험을 동반하는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이 문제를 생각해보는 한 가지 방식은, 커다란 규모로 수행되는 생명공학의 시도들 가운데 어떤 것이 삶을 선물로 바라보는 인식을 손상시킬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하면서 수면을 예로 든다.
안식일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하트만은 인간의 자기 신격화 위험과 관련된 다음과 같은 ‘미드라시’ 문헌 내용을 인용한다. 하나님이 아담을 창조했을 때 천사들이 아담을 신으로 착각했다. 창조주께서는 아담을 잠들게 하셨고, 이에 모두가 아담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트만은 이 구절이 신과 인간 사이의 경계선을 지우려는, 인간의 지배 욕구 경향에 대한 답을 암시한다고 본다. 신학적 문제에 수면이 그 답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트만은 ‘미드라시’ 문헌에 나온 아담의 잠을 “‘안식일 수면’이 주는 편안한 기쁨의 상태”에 비유한다. 안식일과 마찬가지로 수면 역시 우리의 통제력을 넘어서는 휴식의 리듬에 따라 우리 삶을 규제함으로써 인간의 한계를 상기시킨다. 기술적인 방법으로 잠에 대한 욕구를 제거하는 것은 곧 인간의 지배 욕구를 제어하는 데 기여하는 특성들을 우리에게서 제거하는 것이다.
하트만은 우상 숭배 금지가 이교도들이 숭배했던 고대의 우상들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우상 숭배의 거부란 그 규범적 중요성에 있어서는, 잘못된 숭배와 충성을 야기할 만큼 충분히 매혹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거짓된 신이나 대상물이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탈무드 시대에 랍비들이 가장 우려한 것은 황제나 왕에 대한 숭배였다. 현대 사회에서 우상 숭배는 정치가 아닌 다른 영역으로 옮겨갔다. 소비주의에 대한 집착,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만든 유명인이라는 우상, 과학기술 등의 영역으로 말이다. 우상 숭배가 궁극적인 죄악이라면, 오만과 거만함이 종교적인 인간과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성향이라고 한다면, 인간이 자기 신격화에 맞섰던 과거의 투쟁은 우리 시대에 다시 새롭게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소비주의 집착이 만든 모든 것의 상품화라는 우상, 이 우상은 신성한 것의 힘을 잠식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만든 유명인이라는 우상은 로마 황제도 부러워할 만한 엄청난 수준의 숭배를 조장하고 있다. 또 게놈 시대의 생명공학은 치명적인 질병의 치료뿐 아니라 우리 자신과 자손의 유전적 특성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약속하고 있다. 이들 우상 숭배에 대한 투쟁이 재현될 가능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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