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다 든 생각 : 마루야마 겐지 ‘사는 것은 싸우는 것이다’
다수결로 결정되는 의견은 얼마나 위험한가.
그러나 그것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더 위험하다.
사람은 대부분 본능적이기 때문이다.
본능은 삶에서 꼭 필요한 원동력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과하게 작동되어 저절로 무너진다.(사는 것은 싸우는 것이다 중에서)
서울시장 부산시장의 보궐선거가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참패로 끝났다. 20대와 30대의 민심이 부글부글 끓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의 당대표 송영길 의원이 김진표 의원(이하 의원 생략함)을 민주당의 부동산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부동산 정책을 손보겠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제부터 당이 정책의 중심에 서도록 청와대도 지원을 하라고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20대와 30대의 지지와 부동산 정책의 변화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별개의 정책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이어보자.
김진표와 송영길이 무슨 말을 했는가를 찾았다. 김진표가 전문가와 의견을 나눈 안건이 5가지로 정리되어 있었다. 정리해보자.
1. 직주근접 주택공급
2. 매입임대주택 폐지와 양도세 중과 유예기한 연장
3.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
4. 실수요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확대
5. 1가구 1주택자 세 부담 완화
결론부터 말하면 기존의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정책을 흔들겠다는 말이다. 김진표야 원래 그렇다 치더라도 송영길이 제시한 LTV 90%로 확대하겠다는 정책은 생각이 없는 무뇌아스러운 것이다. 송영길의 정책의 전제는 지금의 비싼 아파트를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로 부동산 가격부터 잡겠다는 생각은 사라졌다. 6억에서 12억 원하는 집을 사면서 90%를 대출받을 수 있게 하면 대출금은 5.4억에서 10.8억이다. 이 대출금은 기존 30년의 대출기간을 40-50년으로 연장하여 갚도록 하겠다고 한다. 집이 다냐? 젊은이들이 직장에서 얼마나 더 근로소득을 얻을 수 있을지 생각이나 해봤냐? 빚은 남고 실직하면 그 이후는 집을 파냐? 집을 팔면 그럼 어디서 살라고? 다시 전세를 살아라고? 원…쯧쯧…
김진표 생각도 송영길이나 비슷하다. 직주근접 주택공급은 서울과 수도권에 직장이 많으니 서울과 수도권에 집을 짓겠다는 말이다. 이것은 역세권에 용적률 등 혜택을 줘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기존 정책을 활용하면 된다. 듣자니 이 사업에 신청을 하는 토지주들이 많다고 하더라. 열심히 지원을 해주면 된다. 그런데도 특위 위원장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을 보면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풀겠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다. 재건축 재개발은 기존 구옥을 없애고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새집이 지어지는 구조다. 기존 주택 거주자들이 전세시장으로 나오고 투기가 조장되는 구조로 이루어진 것은 수십 년 간 보았던 행태이고 그래서 지금 재건축 재개발을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매입임대주택 폐지야 지금도 실질적으로 진행되는 정책으로 알고 있다. 양도세와 보유세를 강화하여 더 이상 주택을 매입해서 임대사업을 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면 누가 그 시장에 들어오겠는가. 하나마나한 말이고 중언부언의 정책이다. 그럼 김진표가 말한 핵심은 결국 양도세 중과 유예기한 연장과 1가구 1주택자 세 부담 완화 정책이 될 것 같다.
한빛미디어 박태웅 회장은 선진국에서는 정책을 정할 때 데이터를 기준으로 현상을 분석하고 정책을 입안한다고 한다. 우리가 경험한 많은 정책들에서 데이터가 없이 만드는 정책은 현실인식이 잘못되고 특정인의 욕망을 위한 정책이 되는 경우가 많음을 경험으로 안다. 제발 좀 데이터를 확인해라.
양도세 중과의 기한을 설정한 이유는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주택을 내놓도록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주택을 내놓지 않으니 중과 기한을 연장하자고 한다. 이게 무슨 개소린가?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하여 최근 거래에서 증여가 늘고 있다고 한다. 증여세가 양도세보다는 가벼워서 그럴 것이다. 그럼 벌써 정책의 효과는 나오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거래물량이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약 1/3이 증여거래로 추정된다는 전문가의 말을 들었다. 그런데 양도세 중과 기한을 연장한다고? 거래가 없는 것은 매수자가 관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도 희망자가 늘어난 것은 매매와 전세물량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런데 양도세 중과 기한을 연장하면 매매 물량이 나올 거라고 말하는 것은 무슨 말인가? 그냥 양도세 중과가 싫다고 해라.
민간연구소 LAB2050 이원재 대표가 최근 조사 발표한 1가구 1주택 종부세 과세대상자를 분석한 자료를 보았다. 도배하는 기사들은 종부세 때문에 퇴직한 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팔아야 한다고 죽는소리를 해댔지만 실제 그런 사람들의 숫자는 많아 보이지 않는다는 결론이었다. 만약 정책을 입안한다면 그런 사람들이 종부세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하면 된다. 몇 명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설정한 종부세 과세정책을 사문화시키자고? 도대체 종부세가 얼만가 추정해보니 1인당 100만 원 정도였다. 6억 원에서 10억 원이 넘는 집을 가진 사람이 연 100만 원이 없어서 집을 판다고? 이런 썩을 놈들이 어디 있나?
송영길 대표와 김진표 위원장은 자기들의 불만을 여론이랍시고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두 사람의 주장이 현실로 나타나면 어떤 결과가 될까?
1. 다주택자들은 세금 걱정 없이 집을 보유하게 된다.
2. 집값은 돈을 계속 공급하니까 값이 떨어지지 않는다.
3. 젊은이들은 빚을 내서 집을 사게 된다.
4. 직주근접의 주택은 서울만 연 4만 채가 지어진다. 공급이 계속 는다는 말이다.
5. 재건축 재개발로 부동산 투기붐을 조성한다. 투기이익, 원주민은 한 푼도 없다.
그러다 금리가 오르거나, 리만브러더즈 사태나 IMF사태 같은 게 터지면….. 외환보유고가 많아서 걱정 말라고? IMF 땐 경제 펀더멘털이 좋아서 걱정마라고 했다. 빚 얻어서 집을 샀더니, 실직을 했다. 그럼 어쩌나? 집을 계속 짓고 집값은 계속 올라가고, 대출금은 늘고, 경제는 늘 좋아진다고 하면 우리나라가 기축통화 발행권을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경제 자주권이라고는 없는 우리나라 아니냐? 한 번이라도 터지면 그때 이 나라 젊은이들은 지옥에 떨어진다. 스올에 빠진다.
마루야마 겐지가 일본인들을 향한 말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수결로 결정되는 의견은 위험한지 아닌지 확인하고 더 이상 나가지 못하게 그래서 그대로 따르지 못하도록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욕망의 본능이 과하게 작동되어 저절로 무너지는 꼴을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벌거벗고 돌아다니는 욕망은 지금까지 본 것으로도 충분하다.
제발 좀 니들 욕심 버려라.
'매일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읽는 중 정리: 완벽에 대한 반론(마이클 샌델, 김선욱감수, 이수경옮김,와이즈베리刊) (0) | 2021.06.04 |
---|---|
시사in읽기 : 백신 부작용 의심되면 이렇게 하세요(714호 김연희 기자) (0) | 2021.05.26 |
독서 후기 : 나는 길들지 않는다(마루야마 겐지, 바다출판사) (0) | 2021.05.18 |
코로나-19 관련 기사의 행간 (0) | 2021.05.06 |
책 읽는 중 : 기도하고 통곡하며, 이찬수 목사, 규장 (0) | 2021.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