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 나는 길들지 않는다(마루야마 겐지, 바다출판사)
지금도 직장생활을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고 싶은 생각이 절실한 것은 아니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 직장을 선택할 때에 난 작은 기업을 선택했다. 간혹 그때 한국은행에 지원을 했다면 지금의 내 삶은 어땠을까 하고 질문을 하기도 하지만, 후회는 없다. 한국은행에 가서 정년까지 살았다고 해도 내가 의도한 직장생활의 목표는 달성이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직원들과 사장이 함께 회사를 키우고 같은 꿈을 꾸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도전적인 영업을 하는 작은 기업에 지원을 했지만, 한 달도 채 가지 못한 채 회사를 나와야 했다. 도전적인 사장은 직원들의 의견을 도전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려고 한 이유는 내가 가진 자본도 없고, 나를 도와줄 친구들도 모을 수 있는 친화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 어떤 조직이든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만 가지고 있었기에 자본과 친구가 있는 곳이 직장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나의 능력을 자만했고, 세상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마루야마 겐지의 삶의 목표는 자립이다. 자립한 사람은 생물학적인 나이를 떠나 젊음을 가지고 있다고 하며 ‘자립한 젊음’을 추구한다. 그가 인생의 목표로 정한 삶을 살기 위해서 권하는 것이 이 책에 정리되어 있다.
1. 가족에 길들지 마라.
2. 직장에 길들지 마라.
3. 지배자들에 길들지 마라.
4. 인생에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5. 자기를 구제할 힘은 처음부터 자기에게 있었다.
6. 누구의 지배도 받지 말고 누구도 지배하지 마라.
그 당시 일본의 현대인이라면(마루야마 겐지가 이 글을 쓴 것이 2010년 그가 66세 때였다) 지나친 부모의 사랑 속에 길러지고, 현실에서 눈을 돌리게 한 학교 교육에 익숙해져 강요된 삶을 살면서도 조직이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기에 마루야마 겐지가 충고하는 삶을 살기에는 뼈를 깎는 노력이 없으면 도달할 수 없다고 한다. 뼈를 깎는 노력이란 자동차를 타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여행이 아니라 걸어서 가는 도보여행과 비슷하다고 한다. 온몸으로 걷고 겪으며 아무리 사소한 정보도 몸 구석구석에 분명하게 새기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렇게 몸으로 견디며 이성으로 사고하는 속에서 현대인의 의존적인 삶, 길든 삶을 극복할 수 있다고 책 전부를 할애한다.
나는 직장생활에 길들여 있다. 언젠가 올 퇴직의 날을 대비해 사과밭을 가꾸고 옥수수와 수수를 키우며 자립의 꿈을 꾸어도 젊은 시절 직장에서 사장과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회사를 키우는 꿈을 꾸던 시절, 거울을 보면 번쩍번쩍 빛났던 눈빛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래도 난 ‘자립한 젊음’을 다시 바란다. 온몸을 움직여 작물을 키우면서,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는 그런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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