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거부자들 그들은 범(凡)인이다. 시사in읽기 천관율 기자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기사로 인하여 독감 예방접종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에 대하여 천관율 기자가 쓴 기사가 있어 정리해 본다.
1. 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자 숫자는 의미있는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 10월26일까지 예방접종을 한 사람은 1468만명이다. 해마다 10월에 사망하는 숫자는 평균 25000명쯤 된다. 이러면 ‘접종 후 사망자’가 나오지 않는 게 오히려 통계적 기적에 해당한다. 10월22일 이후로 백신 접종 후 사망 기사가 눈에 띄게 줄어든 이유는, 백신 부작용 사망으로 볼 근거가 나오지 않아서다.
2.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독감 바이러스보다 독감 백신을 더 심각한 위협으로 느끼는가? 백신을 두려워하도록 우리를 몰아가는 무엇이 있다면, 유력한 용의자는 우리 자신의 직관이다. 우리 뇌에 세팅된 직관은 생존에 도움이 되라고 진화했지, 자연의 질서나 과학을 이해하라고 진화하지는 않았다. 직관의 종류로는 심리학자 폴 로진이 설명한 ‘경계선을 지키려는 직관’(현대 의료 지식이 없는 원시인류에게는 감염병을 피하는 직관이 필요했고 그래서 신체의 경계선을 넘어오는 외부의 무언가를 일단 경계한다)와 ‘내 몸은 내 것’이라는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는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직관’(그러나 우리 몸의 건강은 늘 남들이 내리는 선택에 의존하고 있지만 독립성이라는 환상이 존재한다) 그리고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라는 직관’(위험의 크기 자체를 과대평가하는 종류와 확률적으로 접종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도구나 부수적 피해로 간주하는 비도덕적 행위라고 보는 종류의 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하면서 백신 반대론의 구성 성분이 단순한 무지와 반지성주의보다는 좀 더 복잡하고, 위의 세 가지 직관이 기묘한 방식으로 얽혀 있다고 적고 있다.
3. 이로부터 위험 커뮤니케이션 규칙 몇을 도출할 수 있다
가. 과학을 말하되 과학자처럼 말하지 말 것. 가능성이 있다는 말 자체가 불안을 야기하는 장면에서는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 “사망 사례 9건 중 두 건은 아나필락시스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설명하면 ‘2명 아나필락시스 쇼크 가능성’이라고 기사 제목을 다는 것이 그 예이다
나. 백신 효용을 말하되 부작용으로 생기는 희생보다 백신으로 살리는 목숨이 많다는 식의 단순 비교 메시지는 위험하다. 부작용 희생자가 다른 사람들을 살리는 수단으로 취급된다는 느낌을 주면 우리의 도덕 직관은 분노를 쏟아낸다.
다. 백신 반대론자를 포기하지 말 것. 백신을 불안해하는 직관은 꽤 보편적이지만, 모두가 그 직관에만 의존해 과학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직관과 과학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제대로 도착하면 확신형 음모론은 고립시킬 수 있다.
라. 우리는 서로에게 의존하는 존재라는, 코로나19가 일깨운 통찰을 강조할 것. 나의 건강은 나 자신의 노력만큼이나 동료, 시민들에게도 달려 있는 문제라는 사실을, 코로나19 시대는 극적으로 알렸다.
(출처 : 시사in 686호 2020.11.10, 천관율 기자, 백신 거부자들 그들은 범(凡)인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알게 하는 기사였다. 항상 느끼지만 천관율 기자의 기사는 논문 한 편을 읽는 기분이다. 기사가 논리 정연하여 읽는 중 자꾸 빠져들게 된다. 언젠가 이런 인재를 발굴한 좋은 기분을 편집장이 말한 것이 기억난다.
전혜원 기자의 ‘플랫폼 산업 노사의 첫발 우아하게 갈 수 있을까’에서는 플랫폼 발전과 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이 체결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라이더를 근로자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플랫폼 사업자와 노조가 산업 단위 협약을 체결한 것은 의미심장한 변화다 라고 대담 기사를 썼다.
나의 눈에 쏙 들어온 대담자의 발언은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의 발언이었다.
“라이더분들이 우리한테는 고객이고 공급자이다. 그분들이 콜을 잡아주어야 플랫폼이 가동되니까.(…) 당사자가 하겠다는데 누가 뭐라 하겠나”
경총이나 한국노총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출처 : 시사in 686호 2020.11.10, 전혜원 기자, 플랫폼 산업 노사의 첫발 우아하게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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