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 헛되고 헛되도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도서1:2)
한여름을 피해 설악산 등산을 다녀왔습니다. 코스를 국립공원 백담지구로 정했습니다. 전두환 씨가 국민의 따가운 눈을 피해 잠시 피신처로 삼은 백담사도 궁금했고, 용아장성 아래 있는 봉정암도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만화영화 오세암이 생각나는 암자도 둘러볼 생각이었습니다. 용대리에서 버스를 타고 백담사를 가서 영시암을 지나 봉정암을 거쳐 하산길에 오세암을 스치는 코스입니다. 먼저 용아장성 아래 봉정암의 모습을 보겠습니다. 테니스 회원의 친구분이 찍은 사진으로 어디선가 상을 받은 멋진 사진입니다. 왜 봉정암을 보고 싶었는지 이해가 가실 것으로 믿습니다.
단풍철이 지난 백담사는 호젓한 산책길이었습니다. 버스 한 대에서 내린 사람들을 앞서게 하고 우리들은 천천히 걸었습니다. 그러다 백담계곡 돌무더기 속에 사람들이 세운 돌탑을 보았습니다. 소망을 담은 돌탑을 산에서는 종종 보지만 이렇게 무더기로 세운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인간의 수많은 소망들이 이루어지길 경쟁적으로 쌓은 듯하여 뜨악한 기분과 동시에 전도서의 글이 생각났습니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나중에 찾아보니 생략이 많이 되었으나 뜻의 전달에는 문제가 없을 정도입니다. 제 기억이 파편 되어 앞뒤가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행입니다.
전도서의 기록자가 한 탄식은 ‘덧없어 보이는 세계라 할지라도 그것이 허상이 아닌 실재하는 신의 선한 피조물임을 강조하며 또한 세상의 덧없음에 대한 감정은 하나님이 만드신 세계 자체의 무상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오늘날 터키에 위치한 고대 소아시아의 카파도키아에 속한 작은 교구인 니사에서 감독으로 활동했던 그레고리우스(335-395년경)는 ‘전도서 강해설교’에서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희망이 야심이 될 때, 권위가 권력욕이 될 때, 물질적 복지가 물욕이 될 때, 절제된 육체적 즐거움이 맹목적 쾌락이 될 때 그것은 허망한 것이 됨’을 말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정욕을 위해서 사용되지만 않는다면 권세, 물질, 육체적 즐거움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한 것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 많은 돌탑들이 쌓이면서 이뤄지길 빌었던 소망은 정욕이었을까요,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한 희망, 권위, 복지, 육체적 즐거움이었을까요. 몇 개의 돌탑만 있었다면 불량스러운 선입견은 없었을 것인데, 너무 많은 돌탑 때문에 생긴 오지랖이었습니다.
(글의 출처 : 매일성경, 허무를 넘어 하나님에게로, 임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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