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도 해보니 힘이 들더라” 는 경험담
요즘, 젊은이들이 취업이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 어려운 취업을 쉽게 하는 직종이 있더라. 간호사라는 직업이다. 전문성도 있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직업이니 호감도도 높다. 나름 급여 수준도 낮지는 않은 모양이더라.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는 직업이더라. 병원 내 선배와 후배의 관계가 서로의 지식과 기술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우애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특별한 일이면 사람 나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병원 여러 곳에서 목격되는 ‘태움’이 일상적인 일이라면 이건 분명히 시스템의 문제이다. 최근까지 ‘태움’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기사화되었다. 자살에 이르지 않은 ‘태움’은 얼마나 많을까.
최근 병원 신세를 지면서 병동 간호사가 우는 것과 우는 간호사를 달래는 간호사를 보았다. 어떤 이유를 달든지 병동을 맡은 간호사가 환자들이 보는 상황에서도 울음을 터트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워져서 우는 간호사가 문제가 아니라 태워서 울리는 간호사가 문제라는 말이다.
조카가 간호사로 대형 병원에 취직을 한 것이 5년 전이었다. 부모 자격으로 병원에서 초대한 자리에 참석했던 적이 있었다. 아직은 간호사의 정원이 확정되지 않아 약 40여 명의 신입 간호사들이 계약직으로 고용이 되었다는 사실에 부모들은 아이들의 신분을 걱정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생각이었다. 그 40여 명의 간호사 중 제일 마지막으로 그만 둔 아이가 조카 여식이었다. 3년을 견뎌내고 끝내 그만 둔 것이었다. 조카를 만날 때마다, 어른이라고 아이가 직장을 계속 다니게 설득을 하였지만 결국 아이를 황폐하게 만들 뿐이었다. 아이는 3년을 채우고 쉬겠다며 병원을 나왔다. 얼마간의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병원에 취직을 한 것이 1년을 넘겼다. 수술실 담당 간호사로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조카가 설이라고 왔다.
“넌 후배들 태우지 않니?”
“큰 아빠, 태워보려고 하니 힘이 들어서 안 하기로 했어요.”
“뭐가 그리 힘들지?”
“일단 불러야지요, 그리고 눈 내리깔아, 무슨 생각하는 거야 하고 말을 하려면 상대방을 노려봐야 하는데, 힘이 너무 들어요. 그래서 안 하기로 했어요.”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많은 힘이 소모된다는 진리를 조카가 알아버렸다.
조카가 요즘 유행하는 지코의 ‘아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같이 일하는 후배 간호사와 수술복을 입고 춤을 추고 있었다. 젊음의 자랑인 환한 웃음과 경쾌한 춤사위는 누군가와 싸우려고 잔뜩 껴입은 갑옷과 함께 할 수 없는 것임을 나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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