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하나님과 같이 한 사람들

무주이장 2018. 11. 7. 12:39

하나님과 같이 한 사람들


 “전 믿음이 깊지 안해예. 절에 다니시는 시부모님 땜에 교회도 숨어 다니다시피 했어예. 근데 갑자기 시부모님과 남편이 

하나님을 믿겠다고 하셔서 저도 많이 놀랐어예.”

짙은 부산 사투리로 가볍게 툭 던지는 말에 맞은편에 앉았던 교회를 다니지 않는 부부도 나도 잔잔한 미소를 짓는다.


 늦가을 햇살이 브라인드의 살을 비집고 그녀를 비추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해운대의 바다가 몸을 뒤집어 파도를 만들고 있었다. 바다도 햇살을 품었다. 빛은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다.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은 우리 다섯은 세상을 사는 이야기,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 그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우리들이지만 이번에는 30년 가까이 같이 산 부인들도 만났다. 나만 아내와 동행하지 못한 채 혼자였다. 그러나 명랑한 분위기는 스스로 일어나 우리들 사이를 분주히 다니며 말을 시키고 있었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무슨 재미가 있겠나 싶지만 홈쇼핑을 매일 아침 앱으로 출근하는 이야기부터 새벽 아르바이트를 하는 딸을 데리러 가는 아빠의 이야기, 골프채를 사 주겠다면서 남편을 데리고 호기롭게 백화점에 갔다가 ‘0’하나를 빼고 본 가격표에 놀란 이야기 등 이어지는 이야기는 해운대의 파도 같았다. 끝없이 이어졌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이었다. 동백섬부터 미포까지 해변을 산책하면서 청량한 가을을 온 몸에 품었다. 이때부터 오늘의 즐거운 이야기가 꾸려지고 있었을 것이었다. 모래에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썼다 파도에 지워지는 것을 보며 깔깔깔 웃으며 안타까워하는 사랑이 귀를 스친다. 아이의 바지를 걷어 올려 바다로 보내고 지켜보는 한껏 멋을 부린 아낙에게서 도시의 냄새가 물씬 난다. 백사장의 모래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 그런 풍성한 세상을 보았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의 삶이 다를 것이 없었다. 하나님을 믿어 받은 성령과 하나님을 믿지 않은 채 지키고 있는 양심이 같은 것임을 알겠다.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사랑하신다는 말씀을 내 눈으로 확인했다. 믿던, 믿지 않던 하나님과 같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나님과 같이 사는 사람들을 만난 2018년 11월 3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