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8

조인계획.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간행

조인이 뭔지 책을 읽고서야 알았습니다. 새라는 뜻의 '조'와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새처럼 나는 사람을 만드는 계획이 조인계획입니다. 사람이 새처럼 나는 스포츠는 윙슈트도 있고, 패러글라이딩도 있고, 트램펄린, 패러모터도 있네요. 겨울 스포츠로 스키점프도 새처럼 나는 스포츠입니다. 조인계획은 스키점프 선수들의 이야기입니다. 범인은 책의 3분의 1쯤에서 벌써 드러납니다. 그가 왜 범행을 준비했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이후 이야기는 준비가 되었습니다. 일본 스키점프계의 유망주 니레이 아키라가 호텔 마루야마 라일락 식당에서 조제된 비타민을 먹고 미야노모리 스키점프 경기장에서 연습 도중 착지에 실패하여 상처를 입습니다. 이 현장을 니레이의 여자 친구인 스기에 유코가 목격을 하고 신고를 하지만 니레이는 사망하고 맙..

매일 에세이 2024.02.25

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재인 간행

희망이 없는 삶, 지옥일 것입니다. 지옥 같은 현실을 살면서 끝내 놓지 못 하는 것은 희망이라는 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독한 오늘을 버티게 하는 힘. 희망입니다.    이렇게 유명한 작가를 그동안 모르고 지냈습니다. 추리소설이란 것이 사람이 죽고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추악한 욕망을 보거나, 무모한 욕심을 보면서 이를 응징하는 모습에 통쾌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재미가 없습니다. 통쾌함 보다는 안타까움이 줄곧 이어집니다.    비극은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지면서 극한의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이 얽히고설키면서 만든 이야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뛰어듭니다. 하지만 이 또한 그 시간 그 상황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굴레요 운명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 작품의 장르를 쉽게 정..

매일 에세이 2024.02.18

셜록 홈스 베스트 단편선.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조미영 편역

추리소설은 애드가 앨런 포가 창시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추리소설을 완성한 사람은 누구로 인식될까요? 이 책에서는 아서 코난 도일이라고 소개를 합니다. 코난 도일은 36년간 56편의 단편 외에 네 개의 장편을 저술했다고 합니다. 그의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추리소설 장르에서 불후의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다고 합니다. 책에 의하면 코난 도일의 추리물은 직감이 아닌 철저히 과학적인 추리에 의한 사건 해결 과정을 보여 줌으로써 과학적인 범죄학을 성립시켰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그의 작품은 단순히 범죄소설에 머무르던 추리소설을 당당히 소설의 한 장르로 자리 잡게 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홈스가 어떻게 추리를 할 수 있었고, 추리한 사실이 현장에서 검증을 거쳐 확증이 되고, 확증을 ..

매일 에세이 2023.10.01

노파가 있었다(There Was an Old Woman). 엘러리 퀸 지음, 김예진 옮김, 시공사 간행

엘러리 퀸이란 작가를 처음 알았습니다. 엘러리 퀸은 ‘노파가 있었다’에서 나오는 탐정입니다. 책 속의 주인공이 작가라니..... 궁금증은 작가 소개에서 금방 풀립니다. 엘러리 퀸은 두 명의 작가가 내세운 필명이었습니다. 만프레드 리(Manfred Bennington Lee 1905~1971)와 프레더릭 다네이(Frederic Dannay, 1905~1982), 이 두 사촌 형제의 필명입니다. 작가가 쓴 ‘노파’의 가족을 소개합니다.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어릴 때는 작가의 의도를 알아채고 그래서 범인을 찾는 수고를 같이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범인 색출에 제 힘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범인이 누구며 어떻게 찾았는가를 설명하면 빈약한 제 추리 능력이 부끄러웠습니다. 많이 읽으면 알 수 있지..

매일 에세이 2023.08.27

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레인보우 퍼블릭 북스 간행

책은 책을 부릅니다. 좋은 책은 좋은 책을 소개합니다. 제가 읽은 최초의 추리소설은 에드가 앨렌 포의 ‘검은 고양이’였습니다. 영화로도 드라마로도 각색이 되어 많이 유행했던 내용입니다. 작가를 검색하니 1809년에서 1849년 짧게 살다 갔습니다. 2세기 전의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것은 제 기억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의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 소환되어서 각인된 기억으로 남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에드가 앨런 포는 아가사 크리스티를 불렀고 그를 저에게 소개했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은 지금도 재미와 흥미를 잃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1890년에서 1976년 동안 존재했던 작가는 지금도 잊히지 않고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합니다. 제게 레이먼드 챈들러를 소개한 분은 경제학자로 기억합니다. 경제학자의 ..

매일 에세이 2023.08.22

모방범,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출판.

모방범,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출판.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에는 은근한 매력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사회현상, 당연한 듯한 사회의 부조리를 배경으로 쓰인 추리소설은 화끈함 대신 은근함으로 고발합니다. 범인의 치밀함 대신 범인에게 강요된 선택임을 숨기지 않습니다. 결론을 알면서도 궁금해하며 글을 재미있게 읽어갑니다. 미국의 추리소설과는 다른 맛이 있습니다. 그래서 뽑아 든 책이 ‘모방범’입니다. 3권의 분량이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나 추리소설이니 이 여름 더위를 이기는 방법으로 나쁘지 않고, 불편하지 않으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원고지 6천 매가 넘는 분량이라고 하는데, 중간중간 글이 힘이 떨어지고, 맥락의 연결이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어디가?”라고 물으면 “여기다...

매일 에세이 2022.08.07

C.J.튜더 장편소설 ‘초크맨’, 이은선 옮김, 다산 책방(다산 북스)

C.J. 튜더 장편소설 ‘초크맨’, 이은선 옮김, 다산 책방(다산 북스) 괴기스럽지 않으면 좋겠다. 불가해한 자연현상으로 핑계 대지 않으면 좋겠다. 귀신, 악마, 사탄이 모든 죄를 덮어쓰고 끝내지 않으면 좋겠다. 스티븐 킹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간혹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비현실적인 모든 가능성을 다 고려한다면(그 존재 증명을 요구할 수 없는 악마나 귀신 악령의 출현) 토커티브할 수 있고 수다스럽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꾸밀 수 있지 않을까? 잘 꾸며진 추리 소설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어쩌면 과문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워낙 스릴러물이라고 해도 요즘은 악령의 출현이 너무 잦다. 이런 단점을 극복한 추리소설이었다. 처음 들어본 이름 C.J. 튜더, 영국 작가라고 한다. 초크맨이라는 제목에서 쉽게 ..

매일 에세이 2021.11.15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 추리소설의 서스펜션이 이럴 수도 있구나!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 추리소설의 서스펜션이 이럴 수도 있구나! 1990년도 부동산 버블이 발생한 일본에서는 여전히 부동산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 타워팰리스에 살고 싶은 우리네 욕망도 일본보다는 10년 정도 뒤에 불이 붙었을 테니,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름의 작가는 한국의 여느 작가라고 해도 믿길 정도다. 일본과 한국이 이토록 앞서기니 뒤서거니 하며 닮았다는 것이 여간 신기하지 않다. 그런데 꼭 이렇게 서로 척지고 살아야 할까? 국가 권력이 너무 나대면 왜곡되고 경직된다. 그러면 발전이 더디다. 일본의 보수정권이 언제쯤 현실감을 되찾을 수 있을까? 1996년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 2025호 고급 아파트에서 4명의 일가족이 살인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범인을 누가 잡아낼까? 미야베 미유키는..

매일 에세이 20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