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장편소설 4

해가 지는 곳으로. 최진영 장편소설. 민음사 간행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에 잠 못 들었던 경험이 너무 좋았나 봅니다. 최진영 작가의 책을 도서관 서고에서 뺐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느낌이 다른 글에 의구심을 가지면서 그래도 일요일 시간을 내어 책을 다 읽었습니다. 그리고 출근하여 블로그 글을 검색하니 제가 읽은 ‘밝은 밤’의 주인공은 최은영 작가였습니다. 나쁜 기억력을 탓하기 전에 작가의 글이 다름을 느낌으로 알아차린 저의 감각에 먼저 칭찬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서평을 작성하는 것은 기억을 믿기보다는 기록을 믿기 때문입니다. 최은영 작가와 최진영 작가 두 분을 어쨌든 다 알게 되었습니다.   팬데믹이라는 말을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경험한 것이 불과 몇 년 전입니다. 지금도 아직 팬데믹의 주역인 바이러스, 코로나-19는 변형을 계속하며 우리 주위를 서..

매일 에세이 2024.11.21

내가 되는 꿈. 최진영 장편소설. 현대문학 간행 2

나도 네가 되는 꿈을 응원할게 교회를 갈 준비를 합니다. 오늘따라 교회를 가는 일이 거북합니다. 아이가 전한 이야기를 아내를 통해 들으면서 힘이 빠진 게 분명합니다. 화성의 동굴에서 해법을 찾는 것에 익숙한 남자는 힘이 빠졌습니다. 갈까 말까 망설입니다. 금성에서 공감과 투사에 익숙한 아내는 벌써 교회 갈 준비를 착수했습니다. 동굴의 외로움을 알기에 따라가기로 정합니다. 씻으려고 준비하는데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미 아내를 통해 들었던 이야기를 아이가 시작합니다. 열심히 듣습니다. 아이가 얘기하는 중간중간에 추임새도 넣어보고, 나의 의견도 조심스럽게 얘기합니다. 아이가 내 의견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개켜 한쪽으로 밀어 두고 나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면 가능한 아이가 관심을 가질 법한 단어를 사용하여..

매일 에세이 2024.01.21

내가 되는 꿈. 최진영 장편소설. 현대문학 간행 1

“네가 되었으면 해” 주말 아침 아내가 먼저 주방으로 나갔습니다. 일요일 간혹 같이 아침을 먹을 때면 제가 아침을 준비합니다. 포장된 사골 한 봉지를 냄비에 붓고 그만큼 물을 더합니다. 따로 멸치 다시물을 낼 필요가 없어 편합니다. 사골만으로 떡국을 끓이면 사골 국물이 너무 진해서 다음에 또 먹고 싶은 생각은 줄어들지만 물을 타면 언제든지 다시 먹을 자신이 생깁니다. 떡국의 맛국물로서 파는 사골은 그럴듯합니다. 물이 끓는 것을 보고는 물에 잠깐 담가 둔 떡을 넣는데, 아내가 둘째 아이와 한 시간 넘게 새벽에 통화를 하였다고 전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아이를 키우는 것은 엄마의 몫이라고 분업을 선언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아이가 자라는데 큰 어려움이 생기지 않도록 꾸준히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하는 일로 한정..

매일 에세이 2024.01.21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장편소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세상은 어째서 이따위인가’라는 질문만을 단검처럼 손에 쥐고 달려갈 수 있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이따위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방패처럼 손에 쥐고 느리게 한 걸음 한 걸음..... 오래 멈추었다가 다시 한 걸음 나아가거나 물러서는 시절을 통과하고 있다’ 개정판 작가의 말 중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젊은 시절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세상은 어째서 이따위인가?’라고 질문을 하지 않았던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세상은 항상 상식을 말하지만, 상식이 살아있지 못하니 상식을 강조한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세상은 부조리로 가득 찼습니다. 부딪히고 갇히면서 마음속에 단검을 쥐고 누구든 나에게 달려드는 사람에게는 최선의 방어인 공격을 하고 싶었습니다. 칼을 쥐면 당장 이길 수 있을 것이라..

매일 에세이 2023.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