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간행 5

해가 지는 곳으로. 최진영 장편소설. 민음사 간행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에 잠 못 들었던 경험이 너무 좋았나 봅니다. 최진영 작가의 책을 도서관 서고에서 뺐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느낌이 다른 글에 의구심을 가지면서 그래도 일요일 시간을 내어 책을 다 읽었습니다. 그리고 출근하여 블로그 글을 검색하니 제가 읽은 ‘밝은 밤’의 주인공은 최은영 작가였습니다. 나쁜 기억력을 탓하기 전에 작가의 글이 다름을 느낌으로 알아차린 저의 감각에 먼저 칭찬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서평을 작성하는 것은 기억을 믿기보다는 기록을 믿기 때문입니다. 최은영 작가와 최진영 작가 두 분을 어쨌든 다 알게 되었습니다.   팬데믹이라는 말을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경험한 것이 불과 몇 년 전입니다. 지금도 아직 팬데믹의 주역인 바이러스, 코로나-19는 변형을 계속하며 우리 주위를 서..

매일 에세이 2024.11.21

관리자들. 이혁진 장편소설. 민음사 간행.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이 건설회사였습니다. 무슨 꿈이 있어 들어간 것도 아니고 대학도 졸업했으니 어디선가 밥벌이는 해야 하는데, 혼자서 낑낑거리며 장고 끝에 악수를 두어 잘못 들어갔던 곳을 빠져나와 갈 곳을 둘러보니 건설회사 한 곳뿐이었습니다. 제가 지원한 회사의 계열사에 계시는 형님이 수소문을 하더니 낙방 소식을 전하며 위로를 전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일을 하러 오라는 소식이 뒤이어 들렸습니다. 이젠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이후 한 번의 전직을 하고 마지막으로 시행사에서 십여 년을 끝으로 건설과는 이별을 했습니다. 30년 남짓 건설밥을 먹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을 다녀본 경험과 비교하면 건설회사는 나름 매력적인 직장입니다. 건설현장은 본사의 감독을 받지만..

매일 에세이 2024.09.03

겨울방학. 최진영 소설. 민음사 간행 1

섬세함이 만든 불편 이겨내려면... 소설가나 시인의 마음은 섬세합니다. 사물이나 사건을 대할 때 그들은 함부로 재단하지 않습니다. 타인의 마음이 미묘한 변화를 보이면 이를 섬세하게 알아챕니다. 그러니 마음이 항상 편하지 않겠지요. 불편하면 사람은 편한 방법을 찾습니다. 개선이라고도 하고 개혁이라고도 합니다. 이기적인 편함은 그들을 불편하게 할 뿐입니다. 세상은 쉽게 개선되거나 개혁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힘이 모여야 변할 수 있습니다. 내 마음도 제대로 어쩌지 못하는데 타인의 마음까지 어떻게 쉽게 변화시킬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소설가나 시인은 항상 불편할 것입니다. 그 불편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이겠지요. ‘나의 아저씨’ 이선균 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버렸습니다. 타인의 삶을 연기하는 사람 또한 섬..

매일 에세이 2023.12.30

시네마토피아. 강유정 비평집. 민음사 간행 2

즐거운 범죄 서사의 소멸: 범죄 영화가 재미없어진 이유 작가는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소개하면서 탐정 에르퀼 푸아로를 소개합니다. "에르퀼을 만나면 범죄는 즐거운 사건이 된다. 술술 풀리기 때문이다. 범인이 누구였는가를 밝혀내기 때문이 아니라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 파악하고, 분석하고, 규정할 때 마침내 범죄는 정복된다. ‘왜’가 밝혀진다는 것은 범죄의 인과관계가 해부되었음을 뜻하고 해부된 범죄는 공포력을 잃는다. 공포력을 잃었으니 범죄가 즐거운 사건이 된다" 이 설명은 공포영화에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출현하는 귀신은 즐거운 사건이 된다. 귀신이 누구냐를 밝히기 때문이 아니라 왜 귀신이 되었고 나타나는지를 파악하고, 분석하고, 규정할 때 마침내 공포는 정복된다. ‘왜’가 밝혀진다는 것은 귀신의..

매일 에세이 2023.10.31

시네마토피아. 강유정 비평집. 민음사 간행 1

‘사랑의 호소’ 그것이 본질이다. 강풀의 만화를 보면서 그가 사람을 보는 시각이 무척 따뜻하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많았습니다. ‘순정만화’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이라며 발표한 ‘조명가게’는 보는 내내 무서움증이 생겼습니다. 마지막 쯤 되어서야 어떤 이야기인지 알고 나서 강풀의 인간관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비극적인 사건을 이야기하면서도 사랑의 틀속에서 인간이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듯합니다. 따뜻한 사람이 전하는 이야기는 보고 읽는 사람에게도 따뜻함을 전달합니다. 기분 좋습니다. 그렇다면 우울한 이야기는 어떨까요? 마음이 같이 우울해집니다. 불안해집니다. 어떤 경우에는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책을 놓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희극보다는 비극이 더 사람을 유..

매일 에세이 2023.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