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조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민주주의의 민주화 방안
이 책은 다른 나라의 상황도 예를 들지만 주로 미국을 설명합니다. 미국이 독립을 한 후 헌법을 만드는 과정부터 선거법과 시민권법이 어떻게 좌절을 겪었으며 인구가 작은 주들이 어떤 두려움에 근거하여 초기 제도를 만들어 지금 미국은 다수의 의견보다는 결국 소수의 주장이 관철되는 것인가를 설명합니다. 미국은 소수가 지배하는 사회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몇몇 중요한 제도는 소수의 지배를 떠받치는 기둥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한 기둥 중 하나는 선거인단 제도입니다.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는 거의 모든 주(메인과 네브래스카주를 제외한)는 승자 독식 방식으로 선거인단 표를 할당합니다. 각 정당이 받은 각 주의 보통선거표를 합산하면 이기더라도 각 주의 선거결과에 따라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 결국은 패자가 이기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상원에서는 인구 밀도가 낮은 주들이 과잉대표권을 행사합니다. 선거인단 총 538표 중 20표 정도가 시골 지역에 편향되어 있고 그 20표는 공화당에게 작지만 잠재적으로 결정적인 어드벤티지를 준다고 설명합니다. 2000년 선거가 그 예입니다(위스콘신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는 지금 트럼프와 해리스의 선거에서도 회자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확인하세요)
소수의 지배를 떠받치는 다른 기둥 하나는 상원제도라고 합니다. 미국 전체 인구에서 20퍼센트 미만을 차지하는 인구수가 낮은 주들만으로도 상원에서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21세기 들어서 공화당이 상원에서 미국 인구의 다수를 대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설명도 합니다. 2016년 선거에서 공화당은 52석으로 상원 다수를 선택했지만 이들 상원 의원이 대표한 것은 미국 전체 인구의 45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소수의 지배를 떠받치는 세 번째 기둥은 대법원입니다. 보통선거에서 패한 대통령이 대법원 판사를 지명하고, 미국 전체 인구의 소수를 대표하는 상원 다수가 이를 승인하는 일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바로 이런 일이 21세기에도 분명히 벌어지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이처럼 유권자 다수와 대법원 구성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면서 미국 대법원은 점차, 그리고 뚜렷하게 여론과 멀어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최근 들리는 낙태금지법이 그 예로 보입니다.
네 번째 기둥으로는 헌법에 기반을 두지 않은, 그리고 인위적인 다수를 ‘만들어 내고’ 때로 더 적은 표를 얻은 정당이 의회를 장악하도록 허용하는 선거제도를 듭니다. 미국의 거의 모든 의회 및 주 의회 선거는 최다 득표자를 당선자로 선정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상원 투표와 비슷한 설명이 되겠습니다. 미국에서는 선거구를 재구획함으로써 유권자를 의도적으로 분할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게리맨더링입니다. 미국 같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의심했지만 엄연한 현실이었습니다.
미국의 현실을 자세히 짚어주면서 소수의 독재 위험을 경고합니다. 이미 미국 사회에서는 여론이 완벽하게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저자는 미국의 현실에 대한 대안을 ‘민주주의를 민주화하다’라는 말로 축약합니다. 과거 파시즘에 대항하기 위하여 좌-우 연합을 형성해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방식(봉쇄전략)을 사용했지만, 이는 단기전략이라고 설명합니다. 두 번째 전략의 핵심은 정부의 권한과 법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반민주 세력을 ‘축출하고’, ‘적극적으로 고발하는’ 것(배제전략)이라고 말합니다. 모든 전략은 장점이 있는 반면 약점도 존재합니다. 이 두 가지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자는 반드시 논의해야 할 세 가지 개혁으로 첫째, 투표권을 확립해야 한다. 둘째, 선거 결과가 다수의 선택을 반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셋째, 지배하는 다수의 힘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당장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았다고 해서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늘처럼 떠받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민주주의 체제를 진지하게 살펴본 경우는 드뭅니다. 우리의 문화가 세계인의 관심을 받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대통령이 중범죄를 저지를 때, 민주주의는 그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는 저자는 우리나라가 그렇게 했고, 그럼에도 우리의 정치 시스템은 후퇴하지 않았다고 예를 듭니다. 오늘도 시끄러운 이유는 우리의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임을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아파트 외벽조명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궁금하시죠? 교착된 안건 처리가 필요하여 일단 부결처리는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외벽조명을 붙일 아파트 동 주민과 조명간판이 붙을 벽체 쪽 세대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하여 필요한 절차임을 알려 동의를 구하면 긍정적으로 처리하자고 했습니다. 속마음은 어느 주민이 자기 외벽에 간판을 설치하는 것을 좋아하여 동의할까 하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우리 아파트에는 외벽조명이 없습니다. 동대표회의도 그 후 다시 제대로 운영이 되었습니다.
https://www.tistory.com/event/write-challenge-2024
"함 하자" 시작을 결심합니다. 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까? 의심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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