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Economics.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간행 6

무주이장 2024. 8. 12. 13:39

9. 일과 실업

 

 일은 우리 삶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존재이지만, 경제학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일이 주인공으로 언급되는 때는 신기하게도 오직 일이 부재할 때, 즉 실업에 관해 논의할 때뿐입니다. 일은 기본적으로 소득을 얻는 수단으로 취급되는 데에 그칩니다. 그런데 소득을 얻는 수단으로만 일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의 경험으로 이미 압니다. 일은 우리의 복지에 극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다면 노동 시간이나 작업 환경의 안정성, 고용 안정성을 규정한 노동 기준이 복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는 너무도 자명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런 기준을 정하는데 반대합니다. 그들은 계약의 자유가 있는 만큼 노동자가 그 일을 하기로 동의하였다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경제학은 정치한 사실관계를 증명하는 과학이 아니라 인간이 선택하고 결정하는 인문과학이라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특히 중남미에서 좌파 해방신학이 왜 인기를 끌었는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다양한 경제학을 소개하고 경제의 어느 부분이던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이 매력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부자들의 세금을 깎는 정책이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호도되는 현실을 봅니다. 저자의 말대로 경제학을 배워야 속지 않습니다.

 

 경제학의 논의에서 사람을 소비자로 규정한 것에서 나아가 노동자로 규정한다면 노동 조건에도 신경을 쓸 것이고, 높은 실업률을 당연한 것인 양 치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실업은 사람들에게 경제적 고통, 우울증, 모욕감, 심지어 자살 같은 피해를 줍니다. 주류 경제학은 개인의 실업으로 인한 고통은 자기들이 해결할 몫이 아니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우리를 설득합니다. 물가 상승률이 조금만 올라가도 국가적 재난인 것처럼 요란을 떠는 반면, 높은 실업률은 사회 성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미치는데도 상대적으로 사소한 문제로 취급된다고 저자는 주류 경제학을 비판합니다.

 

 

10. 정부의 역할

 

 경제학의 옛 이름은 정치 경제학’, 다시 말해 경제를 정치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대한 연구입니다. 옛 이름이 사물의 본질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서는 정치적이라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을 상대로 하는 전쟁의 상태를 극복하기 위하여 정부가 개입할 것을 주장한 것은 홉스의 이론입니다. 그에 반해 정부는 개인들 사이에 맺어진 사회 계약의 산물임으로 함부로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시장 실패가 나타날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의견이 분분하고 의견 일치가 어렵습니다. 정부가 이상적이지 않아,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을 능력이 없거나 더 심한 경우 바로잡을 의사가 없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시장에서 정치를 제거하라며 탈정치를 주장하기도 하고 반면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는 경제학자들도 있습니다.

 

 저자의 입장은 시장과 정치의 경계를 정하는 유일한 과학적인 방법은 없다고 설명합니다. 시장의 논리가 우리 생활의 다른 측면까지 적용되어야 할 이유가 없고, 어떤 것이 시장의 영역에 속하고 어떤 것이 정치 영역에 속하는지를 결정하는 유일하고 올바른 과학적방법이 있다는 가정에 기초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합니다. 경제학이 모든 것에 대해 과학적인 설명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책의 처음에서도 반박되었지만, 경제학이 인간의 합리적 선택에 관하여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주장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경제학은 경제를 연구하는 학문이어야 하는 것이지 인간의 선택을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제를 정치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대한 연구라는 경제학의 옛 이름을 설명한 이유가 명백해집니다. 하물며 요동치는 세계 경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제학에 이르러서야 다른 말이 필요 없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질을 하지 말고 서민을 살게 해 달라는 말을 최근 많이 듣습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저의 앞집도 배달이 많이 줄어 힘들다고 합니다. 화물차를 배차하는 사업을 하는 친구는 건설 현장이 줄어 일거리가 많이 줄었다며 정치인을 비난합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극에 이르렀습니다. 마치 경제는 정치와는 전혀 다른 영역이고 정치는 경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말에 이르러서는 정치를 다시 생각합니다. 정치를 빼고 경제를 말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맞지 않고, 경험에서도 틀렸습니다. 서민을 살게 하려면 정부의 정책이 그에 맞아야 합니다. 정부는 정치인을 국민이 선택하여 구성합니다. 선출된 정치인이 국가 정책을 만들고 시행합니다. 어떤 정치인이 어떤 정치(경제 정책)를 할 것인지 기대하고 우리는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경제적 고통은 제 손으로 자기 눈을 찌른 우리의 정치적 선택의 결과입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