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적이었던 심리학의 한계는 이것 때문?
주류 심리학은 지독할 정도로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춥니다. 사회, 역사 등에는 거의 관심이 없거나 그것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오직 개인만을 들여다봅니다. 이러한 오류와 편향은 행복 연구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라고 김 소장은 설명합니다.
주류 심리학은 동일한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 왜 어떤 이는 상대적으로 더 행복하고 왜 다른 이는 상대적으로 더 불행한가에 관심을 집중합니다. 한마디로 심리학은 행복의 개인차를 연구한다는 것이지요. 반면에 북유럽식 사회제도를 채택한 국가들은 행복지수가 높은 반면, 미국식 사회제도를 채택한 국가들은 행복지수가 낮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가’를 탐구하는 것이 행복의 집단 간 차이에 관한 연구입니다. 이것은 다수의 사람 혹은 인간 일반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무엇인가에 관한 연구이지요. 즉 사회적 행복, 집단적 행복에 관한 연구입니다. 행복의 개인차를 연구하면 사회적 행복, 집단적 행복은 배제되기 마련이라고 김 소장은 주장합니다. 심리학자 프롬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주범으로 자본주의 제도를 지목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철저하게 왕따를 당했다는 이야기는 이 책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김 소장은 주류 심리학이 행복의 개인차만 연구하고 그 결과를 악용해 그것이 마치 행복의 일부분이 아니라 모든 것인 양 교묘하게 사기를 친다고 주장합니다. 비판이 신랄합니다. 그 근거를 확인해야 합니다.
교묘한 사기 행위의 대표적인 사례를 김 소장은 유전이 행복을 좌우한다는 주장이라고 적시합니다. 심리학자 류보머스키와 동료들은 행복의 개인차가 50퍼센트는 유전적 요인, 10퍼센트는 상황(환경), 40퍼센트는 개인의 인지와 행동을 반영하는 의도적 활동의 결과에 기인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행복의 50(유전자):10(환경):40(주관) 이론입니다.
유전은 불안과 우울에 대한 취약성을 결정하지만 단지 유전만으로 불안과 우울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불안과 우울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일지라도 그가 성적 학대와 같은 불건전한 환경에 노출될 때에만 불안과 우울이 유발된다면서 이는 정신질환의 발병에 중요한 것이 유전자가 아니라 오히려 환경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합니다. 저자는 백 번 양보한다고 해도 많은 심리학자가 행복의 50:10:40 이론을 근거로 환경은 행복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며 유전자가 제일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것은 행복이 아닌 행복의 개인차에 관한 연구에서 나온 결론이므로 유전자가 행복을 좌우한다고 말해서는 안 되며 이런 주장은 사실을 날조한 것이라고 풀이합니다.
북유럽에 사는 사람이 한국에 사는 사람보다 더 행복한 것이 과연 유전 때문일까요? 유전은 북유럽에 사는 사람이 다른 자본주의 국가에 사는 사람보다 더 행복한 이유를 전혀 설명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이는 유전이 아니라 사회, 즉 환경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사회를 포함하는 환경은 행복의 개인차에는 단지 10퍼센트만 영향을 미칠지 몰라도 행복의 집단 간 차이, 즉 행복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환경이 행복의 개인차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미국식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환경이 엇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유전이 행복의 개인차가 아니라 행복 자체를 좌우한다면 북유럽인은 미국에서 살아도 행복할 것이고 미국인은 북유럽에 살아도 별로 행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주장이 아닐까요? 이제 이 비판에 대한 반박은 북유럽인의 행복지수가 높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할 듯합니다.
또 다른 이론에 대한 비판이 이어집니다. 유전을 강조하면서 유전적인 행복 수준이 있다는 견해를 주장하는데 이를 설정점 set point 이론이라고 설명합니다. 심리학자 가운데 상당수는 행복 수준이 원래의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적응’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김 소장은 적응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오류가 있다면서 결혼, 아이 출산 등은 사람들이 비교적 잘 적응하는 생활사건이지만, 실직이나 장애, 이혼이나 사별 등에는 거의 적응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합니다. 실직으로 인한 불행은 사회와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부가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이해되시죠?
주류 심리학의 행복론은 기본적으로 쾌락주의 행복론입니다. 쾌감이 곧 행복이라는 쾌락주의 행복론은 필연적으로 주관적 행복론과 개인주의적 행복론으로 이어집니다. 여기까지 정리한 내용을 보면 김 소장의 주장을 충분히 알 수 있을 듯합니다. 행복에는 개인적 행복도 있고, 사회적 행복도 있습니다. 사회적 행복이란 다수의 행복, 집단의 행복을 말하는데, 사회적 존재인 사람은 평생 집단과 사회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 때문에 집단의 행복과 개인의 행복은 항상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요. 그래서 행복을 논하려면 반드시 사회적 행복과 집단적 행복에 대해서도 다뤄야 한다는 것을 김 소장은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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