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김태형 지음. 갈매나무 간행 2

무주이장 2023. 12. 21. 17:04

잃어버린 아이들의 자존감 회복 방법

 

 인간의 모든 심리가 그러하듯 자존감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거나 없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존감이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는 견해에 반대하는 심리학자는 없다고 합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자존감 문제가 심각해진 직접적인 원인 한가운데에는 부모들이 있다고 김 소장은 주장합니다. 부모가 유년기부터 자식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라는데, 부모의 자식 사랑은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식을 사랑하는 것을 의미하고 예전에는 다수의 부모들이 이런 정상적인 자식 사랑을 했다고 인식합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이란 아무 조건 없이 자식을 존재 그 자체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부모는 자식 역시 인간이므로 자식을 인간으로 사랑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조건부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부모의 기대나 요구에 부응하면 사랑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는 식으로 조건에 따라 변하는 것을 말합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은 아이는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라는 무의식적 신념을 갖게 됩니다. 부모에게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믿음은 자신이 귀중한 존재하는 믿음으로 이어집니다. 아이가 스스로 가치 있고 귀중한 존재라고 믿는다면, 자연히 자기를 존중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조건부 사랑을 받은 아이는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라는 무의식적 신념을 갖게 됩니다.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믿으면 자신이 있으나 마나 한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이런 생각은 결국 자기를 존중하기는커녕 미워하게 만듭니다.

 

  아이에게서 놀이를 박탈하면서 공부를 강요하는 아동 학대 현상이 너무나 흔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이를 두고 많은 심리학자들이 입을 모아 부모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훈계합니다. 물론 이런 충고가 틀렸다고 할 수 없고, 그런 충고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심리학자들이 이런 충고만 할 뿐, 사회적 모순의 개선이나 병든 사회의 변혁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부모들에게 사회 변혁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고 그저 그들만 정신 차리면 만사가 다 잘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온갖 사회악을 모조리 부모 탓으로 돌리는 부모 때려잡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이 양산되는 이유를 김 소장이 설명한 내용입니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대에 가깝게 대하면서 자신들의 기준에 부응할 때에만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하여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에 대해서는 심리학자들의 의견은 비슷한 모양입니다. 문제는 해결을 하기 위한 방법의 문제입니다.

 

 부모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라고 아무리 조언하고 가르쳐도, 막상 현실로 돌아가면, 사회 분위기와 주변의 압력으로 인해 금방 불안해져서 다시 관성적으로 아이를 대하게 되는 것이 상례입니다. 그러면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요? 북유럽의 경우 한국의 부모와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은 천성에서의 차이가 아니라 사회 제도의 질적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김 소장은 설명합니다. 그중 하나만 꼽아 설명한 것이 소득 격차가 없는 북유럽 사회입니다. 택시 운전사나 대학 교수나 월급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면서 직업 간 소득 격차가 크지 않으면 첫째, 돈을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기준으로 직업이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둘째, 직업으로 사람을 평가하여 차별하고 무시하는 병적인 사회 풍조가 사라집니다.

 

 김 소장이 강조하는 것은 병든 사회를 그대로 놔둔 채 부모들만 비판해 봤자 달라질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부모들을 교육하고 설득하는 일은 꾸준히 필요하지만 그러나 심리학자들이 모든 것이 부모들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식의 설교에 계속 매달리는 것은 일제 강점기의 민족개조론처럼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현실을 오도하고 나아가 사회 변혁을 방해하는 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가짜 자존감 51~57)

 

 김 소장의 의견에 동의를 하면 우리 사회에 대한 정확한 인식부터 가져야 할 일입니다. 가짜 자존감을 만드는 병든 사회에 대하여 인식을 못하거나, 모르는 채 하고는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비겁한 학자의 태도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P.S.: 심리학의 범위는 개인의 문제에 국한하며 사회의 문제는 사회학의 범위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는 있지만 이것 역시 비겁한 일입니다. 어떤 학문이든 사람의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구체적으로 인식과 기술을 개선하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 아닐까요? 그것 아닌 학문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