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 경우 무엇을 포기하시겠습니까?
당신의 직업은 국회의원입니다. “난 아닌데” 하시지 마시고, 국회의원이라고 상상을 하십시오. 당신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세종시의 개발계획을 직접 수립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 사시는 아버지가 세종시에 땅을 3,000평 샀습니다. 아마도 당신이 아버지와 같이 밥을 먹는 자리에서 “요즘 회사에 일이 많아요. 그래서 아버지랑 밥을 자주 못 먹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에게 근황을 말씀드렸을 것이고, “무슨 일이 그렇게 많니?” 아버지가 걱정을 하시니, 당신은 세종시 개발계획업무라고 설명을 했을 것입니다. “세종시 어딘데?” 단지 아버지는 자식의 일에 대해 관심을 가졌을 뿐이고, 당신은 그런 아버지에게 세종시 어딘지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을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반대당과 국민들이 아버지의 세종시 토지 매입을 문제시했습니다. 이때 당신은 다음의 하나를 선택하셔야 할 상황에 빠졌습니다. 다른 선택은 할 수 없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객관식입니다.
가. 아버지의 토지계약을 해약한다.
나. 아버지가 매입한 토지계약이라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대신 국회의원직을 사임한다.
다. 국회의원직을 사임하고 아버지의 토지계약을 취소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당신은 상속권이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선택하시겠습니까?
이번에 당신은 국민입니다. 당신에게 위의 국회의원을 징계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당신은 그에게 어떤 징계를 하시겠습니까?
가. 부동산 계약만 취소하라.
나.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
다. 의원직도 사퇴하고 토지계약도 취소하라.
실정법으로 가능한지 여부는 무시하셔도 됩니다. 조건이 그렇습니다.
두 답이 같으면 당신은 일관성이 있는 분입니다. 그 일관성에 대하여 대중의 비난이 있을지 아니면 공감을 표시할지는 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공분을 느끼지만 두 선택이 다를 경우 당신은 혹시 시기심, 질투, 부러움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당신의 욕망 때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지 아쉬운 것은 당신의 욕망 충족이 위의 의원처럼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명예보다는 재물이 우선인 세상입니다. 당연하다고 옳은 것은 아닙니다. 저의 정의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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