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종말론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주에서 지구의 종말은 태양과 연관이 있습니다. 태양은 약 50억~78억 년 후 수명을 다합니다. 태양의 흑점이 어떻고 하면서 조금만 변화가 있어도 인류의 문명에 영향을 주고 어쩌면 인류가 멸종한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태양이 수명을 다한다는 말은 적색 거성이 된다는 말입니다. 적색 거성이 되면 태양의 원래 크기보다 100배 이상 팽창을 하는데 이 경우 태양은 지구의 공전 궤도를 삼키고 맙니다. 지구는 태양에 끌려 들어가 녹고 말겠지요. 그러나 그 이전에 지구는 태양의 인력에 끌려 들어갑니다. 태양에 먹히는 지구. 그 장면은 장관일 것입니다. 아직 시간이 많을 듯하지만 사실 지구의 멸망은 그 이전에 일어납니다.
30억 년 후 지구표면 온도는 370도에 이릅니다. 태양이 커지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표면 온도가 370도라면 인류는 생존이 불가능합니다. 지하 땅굴을 깊이 파면 생존이 가능할지 모릅니다. 그래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전 5억~10억 년 후면 인류의 문명은 절멸할 것입니다. 온도가 몇 도 오르면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대륙을 덮는다며 인류 문명의 멸망을 염려하는 말이 괜한 허풍이 아닙니다. 문명이 없는 인류의 생존은 진정한 생존이 아니겠지요. 이런 지구 종말론은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여 어떤 미련도 갖지 않게 만듭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만든 재앙으로 인한 지구의 종말론은 많은 소설의 소재가 됩니다. 그만큼 안타깝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음에도 하지 않고 심지어 종말 쪽으로 달려가 앞당기는 경우가 많기에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이겠지요.
어제 북한이 정찰 위성을 발사했고, 오늘 우리 정부는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을 정지했습니다. 며칠 후면 우리도 정찰 위성을 발사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하면 북한에는 위협이 안 되고 북한이 하면 우리에게는 안보 위협이 된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뭐 그렇다고 하니 걍 넘어갑니다. 이제 북한이 9.19 군사합의 전부를 무시한다고 발표를 합니다. 했다는 소식도 있고 할 것이라는 소식도 있으니 지켜보죠. 휴전선을 두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강대국이 자기들 편한 대로 그은 선을 두고 마주 보는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었는데 이제는 아니라고 하면서 서로 총도 쏘고 대포도 쏘면서 간을 보는 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년 4월이 총선이고 판세가 여당에 불리하다고 하니 과거 총풍, 북풍으로 선거에서 재미를 본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도 할 것이니 버리기가 아까운 패로 미련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믿지 못할 사람들의 간사하고 이기적이며 단편적이고 간교하며 어리석은 생각이 나라를 절단 내고 국가 존망을 위태롭게 합니다. 내가 정권을 쥐기 위해서는 누가 죽던 내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이 종말론의 근거가 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마음대로 하지도 못하는 무기력에 종말론을 무시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김초엽의 소설, 지구 끝의 온실도 비슷한 종말론입니다. 한 연구소에서 나노물질을 연구하다 외부로 새어 나온 더스트가 지구를 덮습니다. 더스트폴이랍니다. 더스트로 뒤덮인 지구에는 돔으로 더스트를 막지 않고는 사람들이 살지 못하고, 일부 더스트에 내성을 가진 사람들은 돔 바깥에서 돔 안에 사는 사람들로부터 차별과 학대 폭력과 강도를 당하며 죽임을 당합니다. 인공적인 물질에 의한 지구의 종말을 막을 인공적인 시설물인 돔은 설치된 지역적 한계와 그로 인한 자원의 한계로 하나씩 둘씩 사라져 가고 지구는 종말을 맞이할 순간이 빠르게 다가옵니다.
어딘가에서 나타날 지구를 구할 영웅은 여기에서는 식물입니다. 그리고 그 식물을 키우고 퍼뜨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여기서부터 우리의 종말론은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종말론을 기다리게 됩니다.
병원을 가면 세상은 온통 환자만 가득하다고 느낍니다. 학교에서 사무실에서 광장에서는 보이지도 않던 환자들이 가득합니다. 세상을 종말론으로 이해하면 세상은 반드시 종말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종말론에 종말이 오는 것은 봄의 생기를 흡입한 식물 같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고, 내 한 목숨 인류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의 열정 때문입니다.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도 그런 이야기입니다. 과학이야기로 읽혀 사람들 간의 이야기가 피부 겉을 스치며 막연히 가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과학도 잘하고, 복잡한 감정도 섬세하게 잘 표현하는 작가가 어디 그렇게 흔하겠습니까? 나이 드시면 마음 푹 빠지는 사람 이야기도 같이 들려줄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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