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로상봉(中路相逢)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고민을 하는 여자를 보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남자가 사는 곳이 부산이라 서울에 사는 여자는 먼 거리를 왔다갔다 하며 데이트를 할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미국에 사는 남자라면 어떻게 하시려고? 괜찮아요’ 응원을 했습니다. 실제 그 여자는 중간쯤인 대전에서 만나면 된다는 생각을 하였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서로가 사는 중간 지점 어디쯤에서 만나는 풍습이 있다는 것을 시인을 통해서 알았습니다. 소개합니다.
아름다운 풍속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우리네 먼 조상의 풍속 중에 반보기라는 게 있었다. 멀리 출가한 딸이나 친정붙이 혹은 동기간끼리 좋은 옷을 차려입고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여
명절이나 농한기에 날을 잡아 풍광 좋은 곳에서 하루 유정하게 놀다가 헤어지는 걸 서로 떨어져 사는 곳의 중간쯤에서 만난다 하여 중로상봉이라 했다.
2018년 8월에도 전쟁 때 남북으로 헤어진 가족들이 천하명승 금강산 자락에서 반보기를 했다. 그날은 나라에서 잔칫상을 차리고 좋은 호텔에 재워주고 티브이로 중계도 해주었다. 아름다운 풍속은 쉽게 없어지는 게 아니다.
노시인이라 그런지 5년이 지난 행사를 아직도 기억하시고 계십니다. 젊은이들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없을 행사인지는 모르지만 살붙이가 그리워지는 것은 나이 드신 분들의 특화된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서로 만나 유정하게 놀 시간도 부족한데 구태여 서로를 자극하고 공격할 듯 눈을 부라리는 것은 높은 자리에 있을 수록, 바쁠 수록, 계산을 잘 할수록 쉽게 아름다운 풍속을 잊어서 그렇겠지요. 남북의 살붙이들이 자주 자유롭게 만나는 행사가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중로상봉이라는 미풍양속을 몰라도 연애할 때, 사랑할 때, 좋아할 때 우리 모두가 행했던 것은 우리 유전자가 기억하고 있어서 그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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