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전우용, 그를 안 것은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회자가 묻는 어떤 말에도 거침없이 기원과 출처를 알려주고,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면서 정확한 용례와 잘못된 용례를 드는 해박함에 놀라서 그가 쓴 책을 읽으면 나도 상식이 늘 수 있지 않을까 욕심을 부려 고른 책입니다. 개가 달을 보고 짓는다는 말인데, 달이야 원래 항상 언제나 그 시각에 그 자리에서 뜨고 지는 것인데 개가 달을 보고 짓는 것은 어떤 연유일지 궁금했습니다. 그 궁금증을 하나씩 같이 해결하는 의미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의료인을 확충하는 좋은 방법을 역사에서 배우기
해방 직후 우리나라에는 여러 종류의 의사가 있었습니다. 정규 교육 과정이 없었던 한의사를 제외하고도 6년제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 4년제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의사, 의사 조수로 일하면서 어깨너머로 의학을 배운 뒤 총독부 시험에 합격한 의사, 간단한 자격시험을 거쳐 특정 농촌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영업할 수 있었던 한지의사(限地醫師), 만주나 중국에서 자격증을 딴 의사 등이 있었습니다. 혼란한 상황에서 면허증을 위조한 가짜의사도 많았습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만주나 중국에서 자격증을 따고도 의사를 할 수 있었다는 부분입니다. 일본에서 자격증을 딴 의사도 한국에서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외국에서 의사의 자격증을 딴 사람들을 불러 한국에서 일을 하게 하면 굳이 의사협회와 지난한 협상을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의사들이 사익을 위해 비협조적인 것은 당연하고, 우리들의 사익을 위해서 외국에서 의사들을 데려오는 것은 안 되는 이유를 저는 모르겠습니다. 같은 논리로 대응하는 것은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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