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나에게 거짓을 말하지 마라. 존 필저 엮음. 히스토리아 간행 4

무주이장 2023. 7. 24. 23:09

언론의 눈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대북송금 관련 내용을 이재명 전 지사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해 종전의 진술을 번복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서 전해졌습니다. 그러자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화영 전 부지사가 옥중서신을 통해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는 소식이 연이어 나왔습니다. 야당은 검찰이 ‘조작수사’를 한다며 검찰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언론을 통해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언론이 이를 그대로 받아쓰고는 피의자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수법은 너무나도 자주 봤습니다. 검찰이야 그렇다 치고 언론인이라면 다른 눈으로 사건을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최근 읽는 책에서 도움이 될 만한 글이 있어 옮겨드리니 바쁜 취재 활동으로 책이라고는 볼 시간도 마음도 없을 기자님들이 누워 떡 먹듯 쉽게 보시고 앞으로의 업무에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발 검찰에서 나오는 말들을 시킨다고 그대로 기사화하는 바보짓은 다시는 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검찰의 말이 있으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취재를 하시라는 말입니다.

 

  존 필저는 마사 겔혼을 “서로 만나서 가까운 친구가 되기 전에 10년 가까이 편지를 주고받았다. 격동의 지역에서 이동하며 갈겨쓴 경우도 많았는데, 우리는 보통 사람들의 도덕적인 삶과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인 권력의 괴리를 괴로워했다-그녀는 저널리스트라면 그 차이를 이해할 의무가 있다고 믿었다. 그녀는 “절대로 정부를 믿지 마라, 그들의 누구도 그들의 어떤 말도 믿지 마라. 그들이 하는 모든 것을 의심의 눈으로 지켜보라”고 썼다.”(29쪽)

 

  다른 이야기 하나 더 옮깁니다.

1950년대 어떤 기자는 “일제강점기 기자들은 기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았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요릿집 술자리에서 일본인 경찰이나 검사가 민족의식이 높은 기생들에게 수모를 당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러면 이들은 앙심을 품고 독립운동 연루 혐의나 밀매음 혐의로 꼬투리를 잡아 그 기생을 체포해서 괴롭히곤 했다. 그럴 때마다 기자들은 경찰과 검찰의 부당한 수사를 비판했으니, 기생들이 동지처럼 여겼다.” 요즘엔 검찰의 조작 수사 의혹을 보도하는 기사를 본 기억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기자 여러분, 검찰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면서 어떻게 공정과 공평을 주장할 수 있나요? 언론이 필요한 이유는, ‘검찰의 눈’과 다른 눈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망월폐견 278쪽)

 

  마사 겔혼은 1945년 다하우에 있는 나치 죽음의 수용소에 처음으로 들어간 이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의 말은 아마도 70년 전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1950년대 우리 기자들은 서슬 퍼런 일본 경찰과 검찰을 비판했습니다. 오늘, 우리 검찰청 출입기자들은 검찰이 쓰라는 대로 기사를 씁니다. 하루만 지나도 쓴 글이 부끄러워 도망이라도 가고 싶지만, 글이란 것이 한 번 나오면 마음대로 숨지 못하지요. 기자의 눈은 달라야 한다는 것이 두 선생의 충고입니다. 새겨들으시기 바랍니다. 인생이 부끄러워지지 않으려면요.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