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망월폐견. 전우용의 시사상식 사전. 새움 간행 22

무주이장 2023. 7. 24. 17:31

  역사학자 전우용, 그를 안 것은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회자가 묻는 어떤 말에도 거침없이 기원과 출처를 알려주고,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면서 정확한 용례와 잘못된 용례를 드는 해박함에 놀라서 그가 쓴 책을 읽으면 나도 상식이 늘 수 있지 않을까 욕심을 부려 고른 책입니다. 개가 달을 보고 짓는다는 말인데, 달이야 원래 항상 언제나 그 시각에 그 자리에서 뜨고 지는 것인데 개가 달을 보고 짓는 것은 어떤 연유일지 궁금했습니다. 그 궁금증을 하나씩 같이 해결하는 의미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욱일기

 

 욱일기를 단 일본 해군 군함이 부산항에 입항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누구는 햇살기라고 하면서 의미 없다는 투로 말을 합니다. 선생의 지식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찾았습니다. 있습니다.

 

 "1894년 일본군이 경복궁을 점령했을 때도 욱일기가 걸렸습니다. 1904년 일본군이 서울을 점령했을 때도 욱일기가 걸렸습니다. 1910년 일본이 한국을 강제병합 했을 때도 욱일기가 걸렸습니다. 한국인더러 욱일기를 존중하라고 하는 건, 일본의 한국 침략 과정 전체를 존중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자들에겐 토착왜구가 칭찬입니다."

욱일기가 한반도에서 펄럭인 역사가 있었습니다.

 

 욱일기가 만들어진 과정과 의미를 선생은 설명합니다.

 

 욱일기는 일본이 군사행동을 할 때 늘 일장기와 욱일기를 함께 걸었습니다. 일장기와 욱일기를 함께 거는 일본식전통은 일본 군국주의의 특수성과 관련 있습니다. 조슈와 사쓰마 군벌이 각각 장악한 일본의 육군과 해군은 군국주의 시대 대외 침략정책뿐 아니라 자국 내 정치에도 깊이 개입했습니다. 우리는 잘 구분하지 못하지만, 육군의 욱일기와 해군의 욱일기는 모양도 다릅니다. 욱일기와 일장기를 나란히 거는 건, 자체로 군과 국國이 병립한다는 군국주의의 상징입니다.

 

 1954년 일본 자위대가 창설될 때, 욱일기도 부활했습니다. 이건 일본인들이 군국주의 의식을 청산하지 않았다는 증거이자, 청산하지 않겠다는 야욕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욱일기는 일본군이 세계로 뻗어가는, 달리 말하면 세계를 침략하는 행위를 형상화한 겁니다. 세계 팽창의 의지를 경제단체나 문화기관의 깃발에 담았다면 몰라도, ‘군기에 표현하는 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일본의 상징인 일장기에 대해서는 우리가 용납하고 말고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에 대해서는 우리가 먼저 그 침략성범죄성을 명료히 인식하고, 국제사회에도 계속 알려야 할 겁니다.

 

 아베가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를 개시했을 때, 유력한 언론들과 지식인들은 자존보다 생존이 먼저라며 일본에 굴복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한국의 일부 지식인들은 (반일 종족주의)라는 자기모멸로 가득 찬 노예의 역사책을 펴냈고, 그 책을 보수의 바이블로 칭송하는 비루한 정치인도 많습니다. 이들이 욱일기가 왜 문제냐 시비를 거는 자들입니다. 이런 자들을 토착왜구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선생은 이런 지식을 어디서 아셨을까요? 출처를 찾아가는 여행을 아마도 시작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