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전우용, 그를 안 것은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회자가 묻는 어떤 말에도 거침없이 기원과 출처를 알려주고,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면서 정확한 용례와 잘못된 용례를 드는 해박함에 놀라서 그가 쓴 책을 읽으면 나도 상식이 늘 수 있지 않을까 욕심을 부려 고른 책입니다. 개가 달을 보고 짓는다는 말인데, 달이야 원래 항상 언제나 그 시각에 그 자리에서 뜨고 지는 것인데 개가 달을 보고 짓는 것은 어떤 연유일지 궁금했습니다. 그 궁금증을 하나씩 같이 해결하는 의미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망신외교
110년 전 매국단체 일진회는 (합방성명서)를 공표하면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안중근의 폭거로 인해 일본 조야에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일본과 전쟁을 하게 되면 큰일이니, 그전에 나라를 갖다 바쳐야 한다.”
2019년 6월 25일, “일본이 보복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일본과 전쟁하겠다는 거냐?”고 호통쳤습니다. 한국 사법부의 노동자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이 ‘부당한 보복’을 해도 가만히 있으라는 요구였습니다. 110년 전 매국 단체 일진회의 주장과 별로 다를 바 없습니다.
2019년 6월 26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G20 기간 중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된 것을 ‘망신 외교’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베 수상 만나려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권리를 묵살하고 국민의 자존심을 꺾었다면, 그게 바로 ‘망신외교’입니다. 과거 나경원 씨가 ‘외교적으로 잘한 일’이라고 칭찬했던 ‘한일 위안부 합의’가 ‘망신외교’의 전형입니다.
2023년 현재, 기시다 후미오 수상 만나려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권리를 묵살하고 국민의 자존심을 꺾었습니다. 2019년의 정진석은 2023년 몸을 달리해 다시 출현했습니다. 역사는 반복한다고 말을 하지만 “‘반복’의 짝은 ‘망각’”이기에 일어난 일일 뿐입니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몰상식합니다. “몰상식은 무식과 시대착오로 구성됩니다. 무식하지 않은데 몰상식한 건, 자기가 어느 시대에 사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선생의 주장입니다.
돌아와서, 외국 정상과의 관계보다 자국민의 권리와 자존심을 더 중요시하는 게 주권국가의 ‘당당한 외교’입니다. 선생의 기록은 역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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