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망월폐견. 전우용의 시사상식 사전. 새움출판사 간행 14

무주이장 2023. 7. 17. 13:25

   역사학자 전우용, 그를 안 것은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회자가 묻는 어떤 말에도 거침없이 기원과 출처를 알려주고,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면서 정확한 용례와 잘못된 용례를 드는 해박함에 놀라서 그가 쓴 책을 읽으면 나도 상식이 늘 수 있지 않을까 욕심을 부려 고른 책입니다. 개가 달을 보고 짓는다는 말인데, 달이야 원래 항상 언제나 그 시각에 그 자리에서 뜨고 지는 것인데 개가 달을 보고 짓는 것은 어떤 연유일지 궁금했습니다. 그 궁금증을 하나씩 같이 해결하는 의미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내신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또는 하급 기관이 상급 기관에 보고하는 것을 상신(上申) 또는 품신(稟申)이라고 합니다. 이 중 특별히 외부에 공개해선 안 되는 것을 내신(內申)이라고 합니다. ‘내밀한 정보를 전달함이라는 뜻이죠. 하급 학교에서 상급 학교에 학생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내신입니다.

 

   조선총독부는 1937년 중일전쟁 이후 사상 통제를 목적으로 입학 전형에 내신을 포함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부모 친척 중에 불령선인은 없는지, 평소 무의식적으로 반일 의식을 드러내지는 않았는지, 자기 주변에 사람을 끌어모으는 능력이 있는지 등의 중요한 개인정보가 내신서에 담겨 상급 학교에 전달됐습니다. 내신제도가 시행됨으로써 학교는 감옥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일본군과 경찰은 교사가 작성한 내신서를 교육 외 목적’으로 이용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조국 후보 딸의 학생 생활기록부를 불법으로 빼돌려 교육 외 목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식민지 경찰도 이 정도로 무도하지는 않았습니다.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는 남의 인권은 얼마든지 짓밟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저런 의식이 왜구 의식이자 토착왜구 의식입니다. 문제는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만 이러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장관 후보자도 아닌 개인의 인권을 서슴없이 짓밟는 한국 언론 대다수가 토착왜구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내신의 뜻과 기원을 공부했습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