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전우용, 그를 안 것은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회자가 묻는 어떤 말에도 거침없이 기원과 출처를 알려주고,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면서 정확한 용례와 잘못된 용례를 드는 해박함에 놀라서 그가 쓴 책을 읽으면 나도 상식이 늘 수 있지 않을까 욕심을 부려 고른 책입니다. 개가 달을 보고 짓는다는 말인데, 달이야 원래 항상 언제나 그 시각에 그 자리에서 뜨고 지는 것인데 개가 달을 보고 짓는 것은 어떤 연유일지 궁금했습니다. 그 궁금증을 하나씩 같이 해결하는 의미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나베와 나베곤조
나베(과鍋)는 ‘음식’ 이름이 아니라 ‘조리도구’ 이름입니다. 조선 후기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왜쟁개비’라고 불러 그 출처를 명시했는데, 토착화하면서 타바코가 담배로 바뀐 것과 같은 경로로 ‘냄비’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냄비가 나베에서 유래한 말인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이처럼 외부에서 들어와 ‘토착화’ 한 것들은 이름조차 고유한 것들과 잘 구분되지 않기에, 그 기원을 살펴봐야 합니다.
“한국인 특유의 ‘냄비근성’ 때문에 일제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일본인과 한국인이 많습니다. ‘근성’도 본래 한국에서 흔히 쓰이던 단어는 아니었습니다. 일제강점기 ‘곤죠’라는 일본어 발음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죠. 한국인의 기질 또는 성격을 ‘냄비근성’이라는 단어로 묘사하기 시작한 건 1980년대 중반 이후입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오히려 일본인의 성격을 ‘나베’에, 한국인의 성격을 가마솥이나 뚝배기에 비유하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냄비근성’도 ‘혐한단어’의 일종입니다. 어느 나라에나 냄비처럼 쉽게 흥분했다가 쉽게 가라앉는 사람도 있고, 뚝배기처럼 서서히 뜨거워졌다가 서서히 식는 사람도 있습니다. ‘냄비근성’이란 말, 가급적 쓰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굳이 성찰의 목적으로 쓰려면, 어원을 밝히는 의미에서 ‘나베곤죠’로 바꿔 쓰는 게 어떨까요? ‘한국인의 나베곤죠’라고 하면, 극복하려는 마음이 생길 수 있겠죠.
이 책이 아니었으면 어디서 이런 상식을 배우고 충고를 들을 수 있을까요? 단어의 기원을 알고 나니 단어 사용에 조심하게 됩니다. 제가 나베를 알게 된 것은 과거 정치인 나경원이 국내에서 있은 일본 자위대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한 걸 비판하는 사람들이 나경원과 아베를 합쳐 나베라고 부르고부터입니다. 나베가 냄비가 되었다는 것은 이번에 알았습니다. 냄비라는 말은 제가 건설현장에서 일을 할 때 아주 안 좋은 용례의 단어입니다. 매매춘을 표현할 때 냄비가 사용되곤 했습니다. 나경원과 나베 그리고 냄비라는 말의 기원을 알게 되니 왜 나경원이 나베라는 별명으로 자기를 부른 사람을 고소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정치인이든 회사원이든 말과 행동을 정결히 해야 하겠습니다. 나에게 붙은 별명이 어떤 기원을 가진 단어인지 알게 되면 부끄러움과 회한이 파도처럼 밀려들어 창해의 일엽편주 신세로 우울증을 앓을 위험이 높아질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웃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쟁개비는 익힌 음식을 데우거나 묽은 죽을 쑬 때 사용하는 그릇이다. 서유구(徐有?)의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에는 쟁개비의 모양과 종류, 용도, 명칭에 대한 설명이 실려 있다. https://search.naver.com/p/crd/rd?m=1&px=303&py=273&sx=303&sy=273&p=i7Lm8wp0JXossMamBShssssssyK-085196&q=%EC%9F%81%EA%B0%9C%EB%B9%84&ie=utf8&rev=1&ssc=tab.nx.all&f=nexearch&w=nexearch&s=%2FWZZZK11Z8nPChOj9e1jLIEA&time=1689477766251&abt=%5B%7B%22eid%22%3A%22SBR1%22%2C%22vid%22%3A%221229%22%7D%2C%7B%22eid%22%3A%22SRCH-WEB-PERF%22%2C%22vid%22%3A%2211%22%7D%2C%7B%22eid%22%3A%22QR-WEB%22%2C%22vid%22%3A%228%22%7D%5D&a=ksn_sit*t.link&r=1&i=a00000fa_d28f341d428c317dd533c26e&u=http%3A%2F%2Fdh.aks.ac.kr%2F%7Epungseok%2Fwiki%2Findex.php%2F%25EC%259F%2581%25EA%25B0%259C%25EB%25B9%2584&c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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