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장하준의 경제학레시피. 부키 간행. 장하준 지음 14

무주이장 2023. 7. 1. 09:46

평등은 모두를 똑같이 대하는 것? 닭고기만 주는 항공사

 

  보편적으로 모두가 먹는 육류라는 면에서 항공사들이 닭고기를 애용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지요. 그런데 닭고기만 기내식으로 모든 승객에게 준다면 이 비행기 안에는 평등이 넘칠까요? 저자는 아니라고 합니다. 닭고기 말고 다른 식사가 가능한지 묻는 승객의 요구를 거부한 승무원의 주장을 부정합니다. “손님, 아에로플로트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요. 사회주의 항공사잖아요. 특별대우란 건 없습니다.”

 

  저자는 일단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고 난 후에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은 너무나 각양각색이어서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우하는 원칙은 금세 문제가 되고 만다고 주장합니다. 서로 다른 필요를 가진 사람들을 모두 똑같이 대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공평한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기내식에 닭고기만을 준비한 것은 그저 그들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서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위치를 보장해 주는 일일 뿐입니다. 비행기를 탄 승객이 절대 궁핍에 빠진 사람이라고 전제하는 게 틀린 전제라는 겁니다. 그럼 사회주의 비행기가 아니면 어떨까요? 저자는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도 방식은 완전히 다르지만 평등과 공평함에 관해서는 사회주의자들 못지않게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각 개인이 자기 능력을 모두 발휘해서 경쟁하도록 하고, 그 경쟁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것이 어떤 시각에서 볼 때는 지나친 소득 불평등을 낳는다 해도 말이다. 각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동기 부여를 할 수 있으므로 가장 생산적이며, 경제에 대한 공헌도에 따라 보상이 결정되므로 가장 공평하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타당하려면 ‘기회의 평등’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쉽거나 가볍게 충족시킬 수 있는 조건이 아닙니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진정한 의미의 기회 평등을 이루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은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회의 평등은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요소가 분명합니다.

 

  그러면 모든 사람에게 같은 규칙에 따라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일까요? 저자는 그런 사회에서마저 불평등이 정당하다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경쟁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가 주어졌다고 한들 일부 성원이 그 경쟁에 참여하는 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 경쟁은 공평한 것이 아니랍니다. 사회의 모든 성원이 주어진 기회를 활용하는 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기회의 평등 또한 의미를 잃고 만다는 것 입니다. 결국 기회의 평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비교적 높은 수준의 ‘결과의 평등’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저자는 결과의 평등은 복지 정책을 통해 부를 재분배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다시 닭고기 기내식으로 돌아가서 얘기하면 우리는 승객들의 여러 가지 취향과 필요를 모두 맞추어 주는 다양한 기내식(아마 닭고기 요리만 해도 한 가지만 있지 않을 것이다)을 제공하지만 표가 너무 비싸서 극소수만 이용할 수 있는 항공사 또한 원치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저자의 주장은 쉽게 저를 포섭합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