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금융위기. 최용식 지음. 도서출판 새빛 간행 9

무주이장 2023. 6. 9. 10:46

문제는 환율이다

 

  흔히 환율은 화폐의 대외가치라고들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할까? 아니다. 만약 나에게 환율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국가경제의 체력과 건강의 척도라고 부르고 싶다. 환율이 상승하면, 즉 화폐의 대외가치가 떨어지면 국가경제의 건강과 체력은 그만큼 나빠진 것을 뜻한다. 반대로 환율이 하락하면, 즉 화폐의 대외가치가 상승하면 국가경제의 건강과 체력이 그만큼 양호해진 것을 뜻한다. 따라서 환율은 어느 경제지표 못지않게 중요하다. 물론 경제의 건강과 체력은 환율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물가상승률, 정부의 재정수지, 기업의 경영수지 등의 경제변수에 주로 영향을 받는다.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환율이다. 환율이 점진적으로 떨어지면 물가안정에 기여하고 경기도 상승시키며, 정부 재정수지와 기업 경영수지도 호전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한편 환율은 국내 재화의 대외가치를 뜻하기도 한다. 국내 재화의 대외가치는 환율로 표시되는 것이다. 그런데 물가는 재화의 가치를 뜻한다. 따라서 물가와 환율은 대외가치의 측면에서 보면 동의어나 마찬가지이다. 국내물가가 높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국내 재화의 가치가 낮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환율정책은 물가정책을 포함하며, 환율과 물가는 경제의 건강을 진단하는 가장 기초적인 지표이다.

 

  그럼 환율과 물가가 경제의 건강과 체력을 진단하는 기초적인 지표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가와 환율이 국제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기 때문이다. 국제경쟁력이 향상되면 환율은 하락하고, 국제경쟁력이 악화되면 환율은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성장잠재력이 높아지면 물가는 상대적으로 더 안정되며,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면 물가는 상대적으로 더 불안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저자는 단군 이래 최대 난리라던 환란의 이유를 국제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을 외면한 환율정책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215~218)

 

  저자는 우리나라 수출의존도는 GDP50%에 육박한다는 것이 경제전문가 사회의 일반적인 믿음이지만 이것은 잘못된 믿음이라고 주장한다. 잘못된 믿음에 근거하여 수출 증대를 위하여 환율을 상승시켜 장기간의 경기부진을 초래하고 말았다고 말한다. 그는 근거를 설명한다.

 

  수출은 거래액이고 GDP는 부가가치이므로, 이 둘을 비교하려면 거래액이든 부가가치이든 하나로 환산해 기준을 일치시켜야 한다. 수출을 부가가치로 환산해 보자. ‘2010년 경제총조사에 따르면 매출 총액은 4,332조 원이고 부가가치 총액은 1,173조 원이므로, 부가가치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27%이다. 이 비율로 환산하면 수출의 부가가치는 1,483억 달러이고(수출액 5,472* 27.1%=1,483)이고 GDP는 1조 1,295억 달러이므로, 수출 비중은 13%(1,483/11,295=13.2%)에 불과하다. 간단히 말해, 환율인상 정책은 13%의 수출을 위해 87%의 내수를 희생시킨 꼴이다. 현실적으로 국내총생산의 87%에 이르는 내수는 환율이 하락하는 경우에 호조를 보인다. (211~214)(책에서 숫자를 확인바랍니다)

 

  그럼 앞으로도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이 증가하고 내수도 살아날까? 당연히 그렇다라며 저자는 1980년대의 사례가 그걸 증명한다고 합니다(책에서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놀랬습니다. 몇 년 전, 이웃에 사는 경제학 교수에게 제가 물었던 수출비중도 역시 절반 정도라는 답이었습니다. 저자의 설명에 놀라면서 기억나는 것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수출이라고 하면 다른 합리적인 계산을 못하는 듯합니다. 구제역이 처음 발생했을 때 돼지고기 수출을 위해 청정지역을 유지해야 한다며 돼지의 살처분이 전국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을 중심으로 수 킬로미터 내에 있는 멀쩡한 돼지들도 같이 살처분된 것입니다. 살아있는 돼지를 땅에 묻는 학살의 현장을 지휘하고 작업했던 공무원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돼지고기의 수출액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합니다. 돼지에게 구제역 예방접종을 하면 수출을 할 수가 없어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구제역 예방접종을 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뉴스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실제 감염되지 않은 돼지의 선제적 살처분은 없어지거나 줄어든 것으로 짐작됩니다. 저자의 수출비중 13% 주장은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환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의 설명에 설득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그러면 환율변동은 어떤 구조에서 어떻게 일어날까 저자는 별도의 장에서 설명을 합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