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소망을 얘기하는 기레기에게 의견과 사실은 없다.
일개(?) 기자의 기사가 복잡한 국제관계를 다양한 루트를 통하여 정보를 입수하고, 그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을 통하여 외국과 우리 정부 정책의 풍향을 계측하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의 실무자는 자신의 의견을 정책의 일관성에 맞춰 조율해 가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이견을 어떻게 조정하고 있는지가 기사에서 보입니다. 대통령이 까라고 한다고 해서 입 다물고 고개 처박고 눈만 끔벅이지 않습니다. 장관의 행동은 신중하고 전략이 보입니다(한승주 외무부장관의 전략에 관한 기사를 책에서 보시기 바랍니다)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후 다음날 아침에 발표한 정책이 저녁 무렵 대통령이 “이게 아닌가 봐’ 한마디에 붕어입처럼 벙긋벙긋 벙어리가 되는 지금의 노동부장관과는 달랐습니다. 이게 정부고 이게 정책이고 이게 나라입니다.
지금 뉴스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포털에서 이런 수준의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으십니까? 주간지가 아니라서, 월간지가 아니라서? 이건 변명에 불과합니다. 신냉전 체제와 미국의 신공급망 정책을 소개하면서 이 정책에 의해 우리의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기사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 정부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의견도 없습니다. 아마도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미국의 정책에 부응할수록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의 방침에 흠을 줄 수 있는 기사가 될 것을 우려해 기레기들이 입을 닫고 손에 풀을 발라 꼼짝 않고 있는 게지요. 그런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가 국제관계의 변화에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정책은 매우 중요합니다. 산업과 통상을 담당하는 실무자는 의견이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는 의견을 정부에 제시해야 합니다. 정부는 대책회의를 열어 모든 가능성을 두고 의견을 청취하고 대책을 수립하며 전략을 가르마 타야 합니다. 대통령의 앞뒤 맞지 않는 말만 보도하면서 냄비 안 개구리로 전락한 것이 오늘의 언론입니다. 국제 소식은 읽을 게 없습니다. 단정적이고 한정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불량 유튜버를 만나는 게 나을 지경입니다. 온통 야당이 어떠니, 여당이 어떠니, 분신을 방조했니, 유서가 대필되었니 신문지로 정치를 하느라 바쁩니다. 이러니 외국에서 체류 중인 특파원의 소식도 한심할 지경이고, 국제부 기자는 번역에만 열중입니다. 외신이 어디 우리나라 입장에서 기사를 쓰기는 합디까? 최근에는 우리 소식을 외신이 대신 전합니다. 용산이 도청당하고, 우리 포탄이 미국을 거쳐 우크라이나로 전달되고 있대죠. 우리의 국제뉴스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군인이 속속 탈영을 한다는 소식인데, 그런데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도시를 점령했다고 합니다. 뭐가 어찌 되었다는 겁니까? 뉴스는 소식이 없고, 기레기들의 소망만 가득한 말이 기사라는 누더기를 걸치고 유령처럼 헛소리를 하면서 돌아다닙니다.
세상은 복잡합니다. 몇 편의 논문을 통하여 경륜을 세웠다고 세상을 재단하고 단순화시켜 정책을 만들 수 없습니다. 일제의 식민정책으로 우리나라가 근대화되었다는 논문이 사실일 수 없듯이, 일제의 식민정책을 없었던 것으로 지울 수도 없듯이, 있었던 과거를 반성하며 우리에게 적합한 미래를 위한 의견을 다양하게 반영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한미일이 군사적으로 합치면 한미일의 경제는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미국과 일본의 제국주의 성향이 어떻게 우리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검토한 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중국과는 어떻게 대등하게 관계를 맺을 것인지, 러시아는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라고 하면서 한마디 말을 던지면 정부에서는 입도 벙긋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은 국민이 보기에 불안합니다. 일사불란한 총화단결의 독재는 이제는 설 곳이 없습니다. 국민은 이미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을 억누른다고 의견과 생각을 고치지 않을 것입니다. 아직도 이런 현실을 모른 채, 설쳐 대는 자들의 말과 표정이 건방져 보입니다.
미국 놈 믿지 마라. 일본 놈 일어난다. 윤석열 정부가 이들을 너무 믿는 걸 보니 다시 떠오르는 랩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중국과 러시아가 좋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이웃과는 싸우지 않는 게 아파트에 살던, 용산에 살던 똑같은 이치입니다. 싸우지 않으려면 호구로 보이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이웃도 생각하게 해야 합니다. 친한 이웃이든 친하지 않은 이웃이든, 친하고 싶은 이웃이든 친하고 싶지 않은 이웃이든, 이거 삼척동자도 아는 말입니다. 남문희 대기자님의 30년 전 기사가 아직도 낡은 기사가 아니라는 것에 가슴이 조금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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