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김성호 지음. 포르체 간행 3

무주이장 2023. 5. 13. 12:59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김성호 지음. 포르체 간행 3

세상이 변하는 것이 하루가 다릅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은 여럿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 가진 뜻이 변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성호 전 기자가 쓴 책을 읽는 방법이었습니다. 새로운 뜻을 가지고 세상에 나온, 분 바른 단어를 정리하는 것이 서평을 대신해도 될 듯합니다. 단어 속에 저자의 책을 소개하는 의미가 숨어 있으니까요. 세태를 이해하는 단어들을 정리합니다.

 

1.    콘텐츠로 돈 버는 회사가 어딨어?

신문을 인쇄하면서 실제 배송되는 신문지가 아니라 인쇄된 후 곧장 고물상으로 무게를 재 키로 당 몇 원에 팔리는 신문지와 수출되어 외국에서 포장지로 사용되는 신문지에 수출역군으로서의 자부심을 담아 신문지 회사에서 하는 말이다.

 

2.    투명기자

더 많은 정보를 쥐고 있는 사람들, 더 유명한 사람들, 더 호의적인 사람들, 더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들, 세련되고 논리 정연한 말투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만나기는 좋아하면서도, 버스 정류장 앞에서, 공장 앞에서, 증권사와 보험회사 앞에서, 서점 앞에서, 건설사 앞에서, 거래소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사람들, 확성기를 들고, 현수막을 걸고, 텐트를 치고, 농성하는 사람들에게는 말을 걸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다시 말하면 불편하고 지저분하며 시끄럽고 정돈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기자가(기레기나 기데기가 아닙니다) 거울에 비치면 반쯤 보이는 형태를 말한다.

 

3.    공익제보

외국에서 하면 포상금과 함께 의인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이지만, 국내에서는 하다가는 일터에서 쫓겨나고, 제 고향에서 밀려나고, 제 나라까지 등지고 떠나야 하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공익제보 피의자는 공공기관의 보호를 받아 그 처벌이 약한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공익제보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를 어떤 사람들은 인류애라기도 하고 정의감이라고도 하지만 주로 보통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특징일 뿐이다.

 

4.   기사가 한심하게 보이는 이유

현장에서 취재는 하지 않고, 머리로만 쓴 기사라서 그렇단다. 자신이 가진 편견과 고정관념이 고스란히 배어들므로 한심하게 보인다고 한다.

 

5.   드라마 스토브 리그가 재미있는 이유

자긍심으로 무장한 단장 백승수가 제 소임을 다하는 이야기이다. 단장이 소임을 다하자 구단주 권경민이 결국 변화해 백승수를 돕고 팀을 지키는 데 기여하는 모습을 그려 냈다. 자긍심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밝히고 있어서 재미있다. 현실에선 찾아보기 어렵지만, 제 업에 소임을 다하는 이가 단 한 명만 있다면, 누군가는 그를 보고 조금쯤 용기를 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재미있다. 이런 드라마가 방영되는 세상이라면 아직은 회사원에게도 자긍심이 멸종되진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재미있다. 이건 김성호 전기자가 재미있어 한 이유다. 믿거나 말거나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재밌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