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김성호 지음. 포르체 간행 5
세상이 변하는 것이 하루가 다릅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은 여럿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 가진 뜻이 변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성호 전 기자가 쓴 책을 읽는 방법이었습니다. 새로운 뜻을 가지고 세상에 나온, 분 바른 단어를 정리하는 것이 서평을 대신해도 될 듯합니다. 단어 속에 저자의 책을 소개하는 의미가 숨어 있으니까요. 세태를 이해하는 단어들을 정리합니다.
1. 자긍심을 얻는 방법
방망이 깎는 노인의 자긍심 : 방망이를 주문했더니 날이 저물도록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는 노인에게 그쯤 하면 됐다고 방망이를 내놓으라고 하였더니 노인이 하는 말,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냐”, “안 팔 테니 다른 곳에 가서 사라” 들인 시간이 있어 결국 한참을 더 기다려 방망이 한 벌을 받아 아내에게 줬더니 아내가 좋다고 야단이더라(윤오영의 ‘방망이 깎던 노인’)
기자의 자긍심 : 남이 쓴 기사의 오타를 발견하면 그 기사를 쓴 기자에게 연락해서 잘못을 알려준다. 비록 반응이 “부장도, 편집자도, 당직자도 모두 가만히 있는데 왜 매번 설치느냐”, “내 기사는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고, 문제가 크게 되지도 않으니 앞으로는 관심을 끄라”, “나에게도 휴일이 있는데, 선배의 문자가 불편하다. 보내지 마시라”라고 하더라도.
자긍심이란 건 그 원칙을 수없이 지켜내며 비로소 얻어지는 마음이다.
2. 자긍심을 주는 방법
노동자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개방적인 조직에서 자란다. 노동자가 맡은 일을 마음 다해 해낼 수 있는 환경에서 피어난다. 예를 들면 간호사들이 자유롭게 편안하게 근무복을 갈아입을 수 있는 탈의실을 마련하는 것, 간호사의 더러워진 근무복을 세탁해 주는 일(간혹 집에 가서 직접 빨아 입으라고 하는 경우가 있단다. 가만, 그러고 보면 공장 직공의 근무복도 집에서 빨지 않나? 전염병을 가진 환자의 피나 구토물이 묻은 간호복은 근무복인가, 아니면 소독을 해야 하는 감염병예방법의 대상인가?)
간호법의 거부권을 두고 의사와 간호사, 정부. 여당과 야당의 주장이 첨예하다. 이 법이 간호사의 자긍심을 높인다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 간호법이 의사의 자긍심을 낮추면 거부하여야 한다. 그러나 만일 의사의 진료를 통한 수입에 지장을 주는 법이라서 의사들이 반대하면 거부하면 안 된다. 조무사들의 수요가 줄어들 게 예상이라서 반대한다면 그것도 거부권 행사의 이유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3. 억울함
스스로 보기에 부당한데 어느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때, 그래서 해소할 수 없게 된 감정이 묵어서 만들어지는 것. 누구도 이해하지 않는 억울함은 점점 단단해지다가 뜨거워지고, 따로 해소할 방도가 없으니 파괴적으로 분출되기 쉽다. 상대를 부수지 못하면 나를 부수고, 끝내 가슴에 한으로 남아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해소되지 못한 억울함이 떠다니는 세상, 그런 세상은 대체로 불안하다.
4.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의 무대
청자(저 말을 듣는 자) : 출가를 결심하고 행자로 수행한 뒤 계를 받은 스님이거나 또는 그 과정 중에 있는 불가의 구성원쯤 되겠다.
화자(저 말을 하는 자) : 절이 싫으면 왜 싫은지를 들여다보지 않고 나는 떠나기 싫으니, 문제를 말하는 네가 가라고 말하는 땡추일 가능성이 높은 불가의 구성원쯤 되겠다.
석가모니 : “오직 자기 자신과 법을 등불 삼아라”
세상에는 수많은 절이 있고, 수많은 화자와 청자가 있다. 자칭 석가도 있고, 싫어도 석가로 지정받은 사람도 기관도 있다. 적용사례는 각자가 생각하고 기록할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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