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김성호 지음. 포르체 간행 1
세상이 변하는 것이 하루가 다릅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은 여럿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 가진 뜻이 변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성호 전 기자가 쓴 책을 읽는 방법이었습니다. 새로운 뜻을 가지고 세상에 나온, 분 바른 단어를 정리하는 것이 서평을 대신해도 될 듯합니다. 단어 속에 저자의 책을 소개하는 의미가 숨어 있으니까요. 세태를 이해하는 단어들을 정리합니다.
1. 기레기 또는 기더기
“호기심이 많고 세계관이 뚜렷합니다. 공익에 기여하려는 태도가 분명하고 비판적인 사고력도 강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고 공감 능력도 우수합니다.”라고 자기소개서에 적고는 입사 후 자기소개서 내용은 까마득히 잊고는 정 반대로 활동하는 기자를 지칭하는 고유명사.
2. 팩트 체크
기사의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제대로 취재하지 않은 채 남의 기사를 슬쩍 혹은 대놓고 베끼는 기사나 각종 보도 자료와 홍보성 자료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대상에서 빠진다. 언론사에서만 쓰는 용어로 일반인들이 쓰는 단어와는 다른 전문 용어다.
3. 괜찮아요. 들어주신 것만으로 고마워요.
기자가 어쩌다 정말 가뭄에 콩 나듯 듣는 인사말로 거의 사라진 문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 후,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에게 눈길 한 번 주고, 몇 마디 말만 들어주었다면 들었을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희생자 유족들의 추모제에 참석하기만 했어도 들었을 말이다. 기자들이 간혹 이 말을 듣는다는 소문은 괴소문일 가능성이 높다.
4. 급 되는 인터뷰어
‘유명한 단체’의 ‘나이 지긋한’ ‘남자 대표’로 ‘언론사의 지향’과 인터뷰 내용이 맞는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5. 기자의 자긍심
약에 쓰려고 찾으면, 보이지 않는 길 가의 개똥 같은 것. 보통은 여기저기 흔하게 보인다.
6. 월급 루팡
기사의 발제를 않고, 사람을 만나지 않고, 통화하지도 않으며, 기사라고 해도 될지 모를 기사를 쓰고(이것 안 쓰면 월급이 나오지 않으므로 루팡이 될 전제가 사라진다), 기사 후 일의 진행 상황을 살피지 않고, 또 다른 취잿거리를 찾아 나서지 않는 무늬만 기자인 사람을 도둑 루팡에 비유한 말이다. 그러나 루팡은 범죄 현장에 제가 범행을 저질렀음을 알리는 표식을 늘 남기고는, 피해자를 조롱하고 그 위선과 보잘것없음을 폭로한다. 범죄를 하나의 예술로까지 승화시키는 것이다. 루팡이 절도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월급 루팡은 제 자긍심 하나 지키지 못하는 존재다. 루팡 이름을 함부로 붙일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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