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호의 괴물?
스코틀랜드의 네스호에 커다란 파충류 괴물이 살고 있다는 주장은 1930년대부터 이어져 왔다(저도 초등학교 때부터 중고등학교까지 궁금해하며 관련 글과 사진을 본 기억이 납니다. 흑백의 흐릿한 사진들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괴물의 존재를 긍정합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수중 촬영을 통하여 네스호의 괴물을 확인하려고 한 것도 기억납니다. 마지막 장면이 큰 생명체가 지나가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끝맺음을 하여 존재의 증명을 저도 믿었습니다). 더 나아가 이 괴물이 살아남은 플레시오사우루스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네스호의 미스터리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하나의 산업이 형성되어 왔고, 이 신비스러운 이야기를 그럴싸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다. 대니얼 록스턴과 내가 증명했듯이, 그곳에는 진짜 파충류 ‘네스호 괴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다만 철갑상어 같은 유난히 큰 물고기를 생각할 수는 있다). 그 이유는 수없이 많으며 여러 방면의 증거가 나오고 있다.
생물학적 이유 : 네스호 주변은 기후가 너무 추워서 변온동물인 대형 파충류가 그렇게 오랜 기간을 살 수 없다. 실제로 스코틀랜드에는 단 두 종의 도마뱀과 두 종의 뱀이 살고 있으며, 현재 지구는 비교적 따뜻한 시기인 간빙기에 있다. 기본적인 생물학을 토대로 볼 때, 만약 네스호의 괴물이 플레시오사우루스가 멸종된 이래로 정말 6500만 년 동안 살아남았다면, 딱 한 마리만 있어서는 안 되고 집단을 이뤄야 한다. 만약 이들이 집단을 이뤘다면, 네스호나 다른 대형 호수에서 죽은 동물들이 모두 그렇듯이, 수많은 뼈와 사체가 우리 눈에 자주 띄었을 것이다. 그러나 네스호에서는 단 하나의 뼛조각도 발견되지 않았다. 게다가 대형 육식 파충류 집단을 유지하기에는 호수가 너무 작고 자원도 너무 빈약하다. 동물은 몸의 크기가 커질수록 충분한 먹이를 얻기 위해 필요한 행동 범위도 더 넓어진다. 그런데 네스호의 크기로는 한 마리의 괴물도 지탱할 수 없다. 실제로 네스호는 2.5센티미터 간격의 레이더로 샅샅이 훑기도 했고, 여러 번 준설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호수 속에 커다란 뭔가가 숨어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고생물학적 이유 : 연대가 6500만 년 전보다 젊은 암석에서는 플레시오사우루스의 뼈(대단히 독특해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가 단 한 개도 발견된 적이 없다. 그러나 다른 대형 해양 동물(상어, 고래, 바다사자, 매너티)의 화석은 캘리포니아의 샤크투스 힐과 체서피크만의 캘버트 클리프 같은 장소에서 일상적으로 발굴된다. 화석은 크기가 클수록 보존될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이것이야말로 플레시오사우루스가 6500만 년 전에 멸종했다는 결정적 증거다.
지질학적 이유 : 빙식곡인 네스호는 불과 2만 년 전까지 약 1.6킬로미터에 걸쳐 얼음으로 덮여 있었고, 250만 년 넘게 꽁꽁 얼어 있었다. 만약 괴물이 숨어 있다면 얼음 속에 수백만 년 동안 갇혀 있었다는 것일까? 어디에선가 왔다면? 언제 그곳에 당도했을까? 만약 호수에 들어오기 전에 다른 곳에 있었다면, 어째서 화석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을까? 그것뿐만 아니라, 네스호가 있는 곳은 내륙이고 해수면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거대한 바다 생물이 그곳까지 올 방법이 없다. 특히 플레시오사우루스는 땅에서 기어 다닐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문화적 이유 : 록스턴과 내가 증명한 것처럼, 네스호 괴물에 관한 ‘플레시오사우루스’ 밈meme은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다. 신비한 수중 생명체에 관한 더 오랜 기록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전설에서는 ‘수마water-horse’라고 불렸고, 여기에 플레시오사우루스 같은 것은 없었다. ‘플레시오사우루스’ 밈은 조지 스파이서라는 사람 때문에 나타났다. 1933년에 영화 ‘킹콩’에서 플레시오사우루스를 본 그는 그때부터 알디 맥케이라는 한 여자와, 그 괴물을 목격했다고 주장했고, 신문과 다른 매체의 보도로 이 현상이 계속 이어졌다. 게다가 이런 보도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수없이 많은 날조가 이뤄졌고, 신화는 점점 살이 붙었다.
간단히 말해서, 네스호 괴물의 존재는 과학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하고, 증거라고 알려진 거의 모든 것이 줄줄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네스호 괴물에 관한 괴담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플레시오사우루스는 확실히 멸종했다.
아래 이미지는 인터넷에 떠도는 네스호의 괴물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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