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아카라의 정원, 최초의 다세포 생명체: 카르니아
선캄브리아대의 화석이 없다는 점은 진화생물학에서 오랫동안 문제로 여겨졌다. 찰스 다윈은 이 문제를 놓고 고심했으며, 1954년에 확실한 미화석이 발견되고 1950년대 후반에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미생물 더께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다른 많은 과학자도 같은 고민을 했다. 35억 년 전부터 6억 3000만 년 전까지는 모든 생명이 단세포 상태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캄브리아기 대폭발’ 이전의 다세포 생물 화석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1956년에 티나 네거스라는 15세 소녀가 잉글랜드 링컨셔의 그랜섬 근처에 있는 찬우드숲에서 화석 하나를 발견했다. 네거스는 화석을 발굴한 경험도 없었고, 발굴할 도구도 없었다. 그러나 1년 뒤, (훗날 지질학 교수가 되는) 로저 메이슨이라는 같은 지역 소년이 그 암석에서 화석을 발굴했다. 소년은 이 화석을 향토지리학자 트레버 포드에게 주었고, 포드는 1958년 ‘요크셔 지질학회보’에 이 화석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는 이 표본을 카르니아 마소니라고 명명했고, 이것이 조류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카르니아가 어떤 종류의 생물인지는 아직까지도 확실하지 않다. 종류가 무엇으로 밝혀지든, 카르니아는 분명한 선캄브리아대의 암석에서 발견된 최초의 다세포 생물 화석이다(사실상 종류를 막론하고 최초의 화석이다).
카르니아가 정식으로 기재되기 전에도 지질학자들은 세계 각지에서 크고 몸이 연한 유기체의 화석을 발견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연대를 몰랐기 때문에 캄브리아기의 화석으로 추정되었다. 이런 특이한 동물상이 나온 곳 중에서 화석이 가장 풍부하고 가장 연구가 많이 이루어진 곳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의 애들레이드에서 북쪽으로 약 336킬로미터 떨어진 플린더스산맥에 위치한 에디아카라 구릉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지질학자 레지널드 스프리그는 에디아카라 구릉에서 놀라운 화석을 처음으로 보고는 이를 애들레이드 대학의 고생물학자 마틴 글래스너에게 이 화석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스프리그가 보낸 신기한 화석의 연구를 이어받은 글래스너는 고된 연구 끝에 해파리와 바다조름과 다양한 종류의 괴상한 벌레를 닮은 화석들을 기재했다. 잉글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카르니아가 발견된 덕분에, 그는 에디아카라 화석들의 연대가 선캄브리아대 최후기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쉽게 썩어지지 않는 이런 생명체가 유달리 보존이 잘 되었다는 사실은 선캄브리아대 후기에는 청소동물의 역할을 하는 유기체가 얼마 없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아니면 에디아카라의 생물들이 남세균의 더께에 덮여 있어서 보존이 잘 되었을 수도 있고, 얕은 물에서 바다로 흘러들어온 진흙에 한꺼번에 산 채로 파묻혔을 수도 있다(특히 뉴펀들랜드의 미스테이큰 포인트가 그렇다).
이 신비로운 생명체들의 특성에 관한 의견은 아주 다양하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이들을 해파리. 바다조름. 벌레처럼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오늘날의 생물과는 전혀 달랐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생명체가 무엇이든,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중요한 것이 있다. 이 생명체는 단세포 생물이 6억 3000만 년 전에는 다세포 생물로 도약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한다. 이들의 다양화가 촉발된 시기는 극지방에서 적도에 이르기까지 온 지구를 빙상이 뒤덮었던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시기가 끝나고 지구가 따뜻해지던 때였다. 이후 9000만 년 동안, 사실상 이들은 지구상에서 유일한 생명 형태였다. 이들의 지배가 끝나갈 무렵이 되자 껍데기를 가진 작은 유기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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