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이해찬 회고록.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돌베개 간행 2.

무주이장 2023. 3. 19. 12:12

이해찬의 일본 이해.

 

  사람들의 가치관은 쉽게 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명박이 우리 경제를 살려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은 이 중요한 가치였기 때문입니다. 박근혜가 아파트 가격을 올려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도 이었습니다. 지금의 정권이 원하는 가치에 중산층과 서민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남은 것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장할 수 있는 체제를 굳히는 것으로 제 눈에는 보입니다. 미국과 일본과 손잡고, 북한과 중국과 러시아를 적으로 삼아 미래 누구도 이 판을 흔들지 못하게 대못을 박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런 판에 장삼이사인 저도 마음이 불편한데, 이해찬은 담담합니다. 자신은 이제 은퇴를 했다. 현직에 있는 정치인들이 국민의 꿈을 모아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가 보는 일본과 중국을 살펴보지요.

 

 역사적으로 일본은 항상 우리를 대륙 침공의 징검다리로 삼아 왔어요. 일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식민지 종주국에서 부러운 나라로 바뀌었다가 이제 아무 영향력이 없는 나라가 돼 버렸어요. 실제로 지금 우리가 일본에 의존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 정치. 경제.문화적으로."

 

  "일본도 2차 대전에 지고 나서 냉전 구조 속에 끌려들어 간 거거든. 냉전의 첫 전선이 되고 친미 세력들이 집권을 했어요. 80년대, 90년대 지나면서 진보가 다 몰락하고 극우만 남았지. 반면에 우리는 80년대 들어서 민주화 세력이 정치에 진입을 하잖아요. 일본하고 결정적으로 달라요.”

 

  “일본은 이제 중국하고 상대가 안 돼요. 남중국해에서 한번 붙으니까 일본 내에서 비판이 나와. 왜 강대국 하고 붙으려고 하냐고. 100년 전 청일전쟁에서 승리했던 나라였는데 이제 군사적으로 대적할 수 없게 됐어요. 그나마 2000년경까지는 경제적으로 주도권을 잡았는데 이제는 그것도 안 돼요. 내가 당 대표일 때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해서 정부가 소부장 2.0 전략을 발표했어요.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거예요. 치밀하게 준비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는 우리가 안 사 주면 사 가는 나라가 없더구만. 기술도 우리가 없어서 못 만드는 게 아니었어요. 우리가 비슷한 가격으로 만들면 일본이 가격을 다운시켜서 장난을 치니까 안 만들었어. 동진케미칼, 솔브레인 등등 예닐곱 군데 우리 기업들을 만났더니 다 만들 수 있대. 이 사람들이 대기업하고 컨소시엄을 만들어 달래요. 대기업이 사 준다고만 하면 만들겠다고. 약간의 정밀도 차이가 있지만 극복 가능한 거야. 규제 풀어 달라고 해서 풀어 주니까 1년 만에 만들어 냈잖아요. 그러니까 일본 기업들이 우리한테 와서 공장을 짓겠다고 그래. 일본 정부는 3개 품목 수출규제도 약발이 안 먹히니까 20개 품목은 내놓지도 못해요. 그리고 우리한테 없는 기술은 덴마크, 벨기에 등에 있더구만. 굳이 일본에서 안 사 오고 거기 공장을 사 버리면 되는 거야. 삼성만 해도 사내 유보금이 150조예요. 유럽 공장 사는 게 일도 아니에요. 벨기에가 일본 하고 가장 가까운 기술을 갖고 있는데 2조 정도면 살 수 있다고 들었어요. 이제 일본은 우리한테 영향력을 미칠 수가 없어요. 미국에 얹혀서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해 보려고 하겠지만.”(534~535)

 

  그의 대일본관에는 일본의 현실과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는 통찰이 있습니다. 일본의 어떤 가치관이 우리의 가치관과 같은 지 제대로 된 설명도 못하면서, 일본과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협력해야 한다는 것인지 국민에게 자세하게 설명도 하지 못하는 현 정부의 인식 수준을 짐작하게 합니다. 김태효라는 자는 한일정상회담을 얘기하면서 일본과는 각각 하나의 건마다 주고받을 사안이 아니라”고 설명하던데, 외교에서 우리가 줄 건 다 주고 감 떨어지길 기다리듯 입 벌리고 나무 밑에 누워있는 형국입니다. 우리가 일본 국민입니까? 일본 정부의 시혜를 기다리다니.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