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개주의의 탄생 그 책의 내용을 다시 확인함 2.
다음, 김희교가 언론과 대중들의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용감성’을 보인 부분을 찾아보았다. 저자는 안보 보주주의자들이 신냉전체제를 선호하고, 미국의 신식민주의체제에 들어가길 원하는 세력으로 설명하면서 지겹도록 중국을 악마화하고 중국혐오를 이용하여 기득권의 이익을 숨기고, 그들의 문제를 중국 때문이라고 호도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언론과 국민들이 가진 생각은 나뉘어 있을 것이다. 나뉘어 있다고 해서 그들의 주장을 하나로 뭉치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닐 것이고, 세상은 이미 상대방의 생각을 꺾고 나의 생각에 동조하거나 흡수되라는 주장을 받아들이게 할 방법이 없다. 언론의 논조는 자신들의 주장에 따라 방향을 달리한다. 세대별로도 주장이 다르고 그들의 주장은 다양한 의견으로 존재하여야 한다고 믿는다. 주장을 비판하고 의견을 펼치는 것이 언론과 대중들의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용감성이라고 비판을 받는다는 것이 이상할 뿐이다. 한 작가는 중국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내가 볼 때는 언론과 대중들의 인식을 지적한 용감성은 보이지 않고 단지 안보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용감성’만 보였다. 이들 안보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을 답습하는 언론과 대중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두 사람의 돋보이는 차이는 지금의 시대를 평화시대는 끝났고 신냉전체제로 확실히 넘어갔다는 인식에서 보인다. 그런데 한 작가의 시대 인식과 그가 말한 결론은 논리적으로 이어 붙이기에 무리가 있다. 신냉전체제에서 중국의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하여 중국 의존도를 줄이자는 것은 좋다. 그런데 중국을 이용하자는 말은 생뚱맞다. 결론은 듣기 좋은데, 어떻게 하면 그리될지 해법이 엉뚱하다. 우리가 유연하면 된다고 하고, 컨센서스를 형성해 정권 변동과 관계없이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자는 말도 추상적이다. 중국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작가가 결론은 얼렁뚱땅 만든 느낌이 들었다. 그럼 김희교의 결론을 보자.
“다자주의 시대에 걸맞게 미국에게 신식민주의 요소를 줄이라고 요구할 수도 있고 주도적으로 종전 선언을 하고 평화체제로 나아갈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 이제는 우리도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힘이 생겼다. 한국은 선택할 힘이 있고, 그 선택이 앞으로 동아시아에 생겨날 새로운 체제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평화체제는 동아시아에서 미국도 연착륙이 가능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합리적인 대안이다. 역사는 헤게모니 싸움이다. 일방적으로 미국 편에 서고 중국을 등지는 일은 시대착오적인 선택이며, 이 선택으로 전후체제의 위기를 넘어갈 수는 없다. 그러나 다자주의 시대가 왔다고 해서 그런 시대가 곧 우리의 시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짱개주의를 넘어서서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짱개주의의 문제를 인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행동해야 한다. 중국이 부상하고, 미국의 신식민주의체제가 흔들리고, 아시아의 역량이 성장했고,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도 패권을 장악하지 못하는 지금이 우리에게 기회이다.”
두 사람의 주장이 다른 듯 닮아서 기분이 좋았다. 세부적인 면에서의 차이에 민감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신냉전체제에서 미국과 편 먹고 살아남는 방법과 우리의 자주적인 힘을 배양하면서 동아시아 균형자로서의 지위를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방법 중 어느 것이 좋을까? 세상에서 가장 악한 평화정책이 가장 선한 전쟁보다는 낫다는 말이 생각났다.
한청훤과 김희교의 글을 읽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왜냐고? 두 사람 모두 우리의 역량이 선진국에 버금가거나 선진국이라는 인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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