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이승우 지음, 문학동네 출판.
“사금융기관의 높은 금리를 서민들을 위하여 낮추겠습니다. 연 24%의 금리가 너무 높아요”
“금리를 다시 더 낮추면 이제 서민들은 합법적인 사금융 시장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어둠 속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높은 금리를 낮춰야 한다거나, 그럴 수 없다거나 바보상자 속 거짓 예언자들을 통하여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저 정책은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없애주려는 선의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한 번도 사금융 시장에서 돈을 빌려 본 적이 없어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저 대화 속에 사람의 이야기는 없습니다.
한참을 읽고 있어도 짐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습니다. 작가가 잡은 손이 물귀신의 그것처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슬픈 이야기입니다. 여기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읽기에 힘듭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다는 사람의 심정을 알지 못한 그래서 미안하고 낯을 들기 어려운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어디선가는 있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제발 없었으면 하는 이야기입니다. 남의 불행을 소재로 행복학을 강의하는 비정한 이야기입니다. 빚은 빚으로 갚는 것이라는 재무학 강의입니다. 돈이 급하게 필요하면 판단력은 급하게 소멸한다는 심리학 강의를 하는 곳입니다. 절대로 오지 말라고 하면서, 오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연애학 강의를 하는 곳을 칼을 품고 갈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그러나 가지고 간 칼은 소용이 없습니다. 강사를 튼튼하게 보호하는 투명한 칸막이가 가로막힌 곳입니다. 강사는 보호하고 그와 마주한 사람은 격리되고 감금되는 지옥의 강의실입니다.
지옥이 따로 없지요. 사람들은 지옥에서 천국을 꿈꿉니다. 우리 젊은 시절, 서울에서 살면서 늘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서울은 천국이다. 그런데… 서울은 돈 없으면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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