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힘은 주체성에서 나온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그의 생각과 행동에 분명한 정체성과 주체성입니다. 허언증이 아닐까 의심도 했지만 그의 균형감각에 감탄했습니다. 그는 꿈을 얘기하지만 허황되지 않고, 현실을 얘기하지만 서글프지 않습니다. 사물과 사건 그리고 사람을 대할 때 그의 주체성이 늘 보입니다. 그도 확인했지만 우리 세대는 ‘가족을 부양할 돈을 주는 회사에 몰빵했습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증명했’고 대신에 ‘나의 가족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살펴볼 시간이 없었’고 ‘내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생각해볼 여유를 잃었’습니다. 여기에는 ‘내’가 없습니다. 오직 ‘회사’만 있습니다. 우리들이 회사에서 내몰렸을 때 늘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내가 온 청춘을 다 바친 회사였는데, 어떻게 나를 내치는가. 억울하다.” 이렇게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시대였습니다. 김우중 회장이 쓴 책 제목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였습니다. 한국땅 서울에서도 할 일이 많아 하루를 꼬박 일하는 상황인데, 세계를 무대로 일을 하니 그곳에 가정이 들어설 자리가 있었겠습니까?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쫓겨나니 할 말이 많았던 것이지요. 저자는 말합니다. ‘결국 사장같이 일해야 할 사람은 사장밖에 없다. 내 삶을 살 사람도 나밖에 없다.’ 그의 주체사상(?)에 흔쾌히 동의합니다.
그가 말하는 ‘내 회사가 아니다’라는 말은 무책임한 말이 아니고 그저 사실을 말할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언뜻 교묘한 말장난이 아닐까 의심하면서 그의 생각을 봤습니다. ‘비록 회사는 내 것이 아니지만, 회사에서의 일은 내 일’이기에 ‘나는 회사를 위해서 일했다기보다 내 삶을 위해서 일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평판을 위해서, 내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 일했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합니다. 이런 솔직함을 저는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본 적이 없습니다. 솔직함의 근원은 ‘주체’라고 믿습니다. 그의 주체성은 글에서 만이 아니라 그의 행적 곳곳에서 나옵니다.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직장에서는 종종 일어납니다. ‘저는 회사만 보고 달렸습니다. 그래서 더 빨리 임원을 달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이 회사를 위해 저처럼 하세요.’라고 떠들던 임원은 몇 년도 못 가 잘리거나, 연봉에 팔려 의리(?)도 없이 회사를 떠나는 모습입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면 얼굴에, 눈빛에 나타납니다. 말하는 사람이 거울 앞에서 말을 하지 않는 이상 말하는 그는 모르지만, 그를 보는 사람들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거짓말과 허위의식 속에서 사는 모습에는 주체성이 없지요. 이동수 저자는 아마도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기의 주체성을 단단하게 쥘 수 있었을 것으로 믿습니다.
이 글은 예스24의 리뷰서평단에 선정되어 책을 증정받아 재미있게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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