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의 꼼꼼함
지금은 50대 중반이 된 제 사촌이 20대일 때 나눴던 얘기가 기억이 납니다.
“형님, 재벌은 절대 망하지 않습니다.”
“야! 절대왕정도 망하는데, 재벌이 뭐라고 안 망하냐!”
사촌이 다니던 재벌 회사는 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촌동생은 회사를 나왔습니다. 회사가 망하고 안 망하고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다니던 회사에서 쫓겨나면 회사가 살아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제목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정도의 치밀함이 보입니다. 어느 구석 하나라도 빠져나갈 구멍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회사든, 사람이든 망하거나, 잘리거나 하겠지만 다행히 그런 불행(?)을 면했다고 해도 어차피 죽을 테니까요.
기분 좋게 선택되어 책을 받고 첫 쪽의 추천사를 보고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봤던 저자의 얼굴이 기억났습니다. 그렇다고 이목구비를 기억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머리가 길고 키가 큰 카드회사 직원이 가능할까 싶은 행동을 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모습에서 ‘기인이구만’하는 짧은 감상을 했던 기억이 난 것입니다. 선박회사를 방문하고,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던 다른 직원도 기억이 났습니다. 독특하니까 ‘방송국 놈’들이 취재를 하고 프로그램을 제작했겠지요. 당연히 일반적인 상황은 아닌 것으로 그렇게 보고 스친 기억입니다.
방송과 책은 전달하는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추천사에서 정유나 작가도 얘기했지만 직장인 이동수의 하루를 20분 분량에 담느라 어쩔 수 없이 덜어내야 했던 인간 이동수의 매력이 책에는 담겨 있습니다. 저도 그의 매력을 보았습니다. 그의 진정성이 그동안의 행적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어 글이 지루하지 않았고, 읽기에도 편안했습니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직장에서의 선긋기의 대상에 나는 해당되지 않았을까 염려하면서도 6년 전 그만둔 직장의 후배와 지금도 만나 소주잔을 나누는 나의 모습으로 변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좋은 사람으로 보여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직장을 다녔습니다. 사장에게는 일만 잘해주면 되지만 같이 일을 하는 동료나 부하직원과는 서로 좋은 영향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운이 좋아서 평생 함께 볼 친구로 발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후배가 생겼다고 생각하고 삽니다. 그 후배에게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이 글은 예스24의 리뷰서평단에 선정되어 책을 증정받아 재미있게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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