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정치 전쟁,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8.

무주이장 2022. 7. 27. 15:29

지식인의 비판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방법론은?

 지난 대선 기간에 이재명과 고향이 같은 회사 직원이 이재명을 찍지 않겠다고 합니다. 왜 그러죠? 물었더니 말이 건방지다는 것입니다. 말뽄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지요. 왜 한때 유시민이 국회를 들락거릴 때, 야당 의원이 비판한 말이 있지요. “말을 맞는데, 싸가지 없이 옳은 말을 한다”고 했다지요. 유시민에게서 받았던 부정적 이미지를 이재명에게서 느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공개토론을 하자고 이재명 측에서 주장을 할 때 전 그게 옳은 방법, 이재명이 이기는 방법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을 말 잘하는 순서로 뽑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뺀질뺀질 말만 잘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강준만도 비슷한 주장을 합니다. 많은 분이 태도를 ‘비전.철학’과 별개의 것으로 본다고 하면서 태도의 일부라 할 싸가지는 어떤가? 자문합니다. 싸가지 없는 언행을 보이는 사람은 집단 외부에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망정 집단 내부에선 더 많은 권력을 누리는 데에 훨씬 유리해진다. 강성지지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더불어 후원금도 더 많이 들어온다. 어느 정당의 정치인들이 누가 더 싸가지 없는가?” 경쟁을 벌이다 보면 그 정당은 골병이 들기 마련이라고 설명합니다. 결국엔 민심의 철퇴를 맞기 마련이라고 결론도 냅니다.

 

‘비전.철학’이나 ‘정책.어젠다’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하는 건 동료 인간에 대한 태도와 싸가지다. 적어도 민주주의 사회에선 그렇다. 반대편을 정당한 경쟁 상대로 여기는 태도가 있어야 ‘비전.철학’이나 ‘정책.어젠다’의 개발에 열중할 텐데, 청산해야 할 적폐로만 보면 그런 동기부여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집권 세력이 독선과 오만에 중독된 상황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리 없고, 갈등 비용이 급격히 치솟아 정상적인 국정 운영도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성찰하지 않는 건 태도와 싸가지의 문제이며, 이런 토대 위에선 국민 다수가 원하는 ‘비전.철학’이나 ‘정책.어젠다’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면서 이젠 성패에 관계없이 큰소리 뻥뻥 치면서 힘으로 밀어붙이는 개혁을 의심하면서 국민과 더불어 같이 가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모두 문재인 대통령 시절 잘못에 대한 비판입니다. 새겨들을 말이라고 봅니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면서 부제를 다시 봅니다. ‘2022년 대선과 진보의 자해극이 눈에 들어옵니다. 강준만의 조언대로 여야 정치인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현실이 조언을 들을 정도로 만만한 상황이 아니지요.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강준만이 한 비판의 효능감을 가질 수 있는 정치세력이 과연 누구일까 생각해 봅니다. 강준만이 비판하면서 감정적으로 패인 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아마도 경청해줄 대상이라고 했던 정치세력의 구성원들이 내로남불, 안하무인이었다고 생각했을 수 있는 경험이 많았는가 봅니다  추정을 하지만 그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요.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을 바꾸어 20227월의 여당에 던지는 충고라 해도 충분할 정도로 정치권 공히 받아야 할 비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준만 하는 비판의 효능감이 없기는 똑같거나 오히려 더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서도요.

 

 강준만 교수의 글을 오랜만에 읽고 저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글이 좋은 글이겠지요. 고맙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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