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지구 : 생명의 기원
오로지 지구만 살아 있는 행성이 되었습니다. 생물권이 생겨나고 진화했다는 점에서, 지구는 알려진 다른 모든 행성 및 위성과 구별됩니다. 무생물 행성이든 지구가 어떻게 대사와 유전의 얽히고설킨 특성들을 발명했을까? 주기율표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원소인 탄소가 주역을 맡았다는 점. 그만큼 분자 설계가 풍부하거나 그토록 분자 기능이 다양한 원소는 달리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동의합니다. 다재다능한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분자들만이 생명을 정의하는 쌍둥이 특성인 번식 능력과 진화 능력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자기 개인의 과학적 전공이 부각되는 모형에 끌립니다. 유기화학자는 유기화학에 속한 문제라고 보았고, 지구화학자들은 온도, 압력, 화학적으로 복잡한 암석 같은 변수를 끌어들이는 더 뒤얽힌 기원 각본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입니다. 막을 형성하는 지질 분자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지질 세계를 홍보하는 반면, DNA와 RNA를 연구하는 분자생물학자들은 ‘RNA세계'가 기원 게임에서 승리할 모형이라 생각합니다. 광물을 교육받은 저자로서 짐작이 되지만 저자 말고도 많은 기원 연구자들이 저자와 같은 결론에 정착했습니다. 두세 명 이상의 저명한 생물학자들도 저절로 광물에 끌려왔습니다. 대양과 대기만 포함하는 생명의 기원 각본은 분자를 선별하고 농축시키는 효율적 기제를 설명하는 데에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들과 맞닥뜨리기 때문입니다. 단단한 광물들은 분자를 선별, 농축, 조직할 수 있는 비할 데 없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초의 어설픈 미생물들은 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것이므로, 생명이 언제 시작되었다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약 35억 년 전에 얕은 대양 환경에 놓여 있던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퇴적암들 중 소수에는 오해의 여지가 없는 미생물 화석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논쟁의 여지가 없는 그보다 더 오래된 화석은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38억 5천만 살이나 먹은 심하게 변질된 암석에서 얻어진 탄소와 기타 생체 원소의 지구화학적 흔적은 사람을 감질나게 하지만, 그 흔적이 지질학계를 설득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최초의 생명체가 44억 년 보다 더 이전에 출현했건 38억 년 전 이후에 출현했건, 그것이 지구의 고대 표면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는 사실은 변치 않습니다. 화학반응은 우리 행성의 가장 초기부터 지금까지 행성의 고체 표면 또는 그 근처에서 일어났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전자 분포 때문입니다. 지구의 멘틀은 지각보다 원자당 평균 전자수가 더 많습니다. 화학용어로 말하자면, 맨틀은 더 ‘환원되어’ 있고 표면은 더 ‘산화되어’ 있습니다. 환원된 화학물질과 산화된 화학물질이 만나면(마그마와 가스가 화산 분화를 통해 표면을 뚫고 나오면)이 물질들은 보통 에너지를 내보내는 화학반응을 겪는데, 그 과정에서 전자들이 멘틀에서 표면으로 전달되는 것입니다.
생명체 출현 이전에는 산화환원 반응이 비교적 느긋한 속도로 진행되었지만 최초의 미생물들이 전자를 더 빠른 속도로 뒤섞는 법을 배웠고, 많은 곳에서 살아 있는 세포들이 이러한 반응의 중재자가 되었습니다. 미생물공동체들은 암석의 반응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생계를 꾸렸습니다. 즉 거기서 생기는 에너지를 써서 살아가고 성장하고 번식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생명체는 몹시 천천히 지구의 표면 환경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미생물은 명왕이언과 시생이언 대양에 환원된 철 형태로 녹아 있어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풍부한 에너지를 개발했습니다. 철을 산화시켜 붉게 녹슨 적철석을 형성한 것입니다. 이 화학적 변형은 전체 생태계를 부양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호주, 남미와 기타 오래된 지대에서 발견되는 시생이언의 호상철광층(縞상은 명주실 모양이란 말로 길게 띠를 띤 모양을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은 수천만 년 동안 지속한 웅장한 미생물 뷔페의 찌꺼기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지권과 생물권의 놀라운 공진화가 시작되었습니다(이제 地圈과 생물권의 '공진화'라는 말이 처음 나옵니다)
우리 행성이 10억 번째 생일을 맞이할 무렵, 생명은 이미 행성 표면에 비교적 하찮기는 해도 단단한 발판을 확립한 상태였습니다. 그 뒤로도 10억 년 동안 지구의 미생물은 처음엔 산화환원 반응 속도를 높여서, 다음엔 광합성을 통해 표면 근처 환경을 살짝 찔러만 볼 것이었습니다. 지구와 지구의 원시 미생물 개체군은 역사상 가장 극적으로 행성을 변형시킬 태세를 갖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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