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최전선에서 편향과 영향을 논하다.
시사IN 읽기 : 조경현 뉴욕대 교수 인터뷰 기사. 전혜원 기자
인공지능의 세계적 권위자들이 나란히 손에 꼽는 차세대 톱스타는 1985년생인 조경현 뉴욕 대학 컴퓨터과학과 교수랍니다. 조 교수와 한 인터뷰 내용 중 눈에 쏙 들어오는 내용이 있어 정리를 해봅니다.
전 기자 : 최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상금을 기부하는 이유를 언급하며 “실제 능력 차이보다 아웃풋(결과) 차이가 작은 게 좋다”라고 말했습니다.
조경현 교수 : 일단 이 사람의 능력이 저 사람보다 더 좋다, 안 좋다 얘기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보통, 능력이라는 게 사회적인 프록시(대용물)를 써서 재는 거잖아요. 대학 입학시험을 잘 봤는지, 어느 회사에 입사했는지, 연봉이 얼만지, 사는 데가 어딘지 애들이 어느 학교를 다니는지…. 이런 걸 써서 ‘저 사람은 능력이 좋은가 보다’하고 사람들이 생각하죠. 그러다 보면 실제로 능력이 있는데도 사회적인 영향 때문에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고, 능력이 없는데도 운이 좋아서, 혹은 태어나길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많죠. 그렇다면 사회의 역할은, 이런 노이즈(왜곡)를 최대한 막아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분명히 개개인의 능력 차이라는 게 그렇게 어마어마하지 않을 거거든요, 아무리 봐도 그건 말이 안 되잖아요(웃음) 심지어는 능력을 완벽하게 측정할 수 있다고 해보죠. 능력 있는 사람은 더 잘살고 능력 없는 사람은 못살면 그게 그냥 정글이죠. 우리가 사회를 만든 목적은 태어날 때의 능력을 떠나서 모두가 더 잘될 수 있게 하는 것 아닌가요? 저희 통계에서 쓰는 말로 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배리언스(variance 분산, 어떤 대상의 흩어진 정도)는 줄이고 애버리지(average 평균)는 높여야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소위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실상을 알게 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 때였습니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그를 고졸 대통령이라며 비하하던 것을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비하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대항하던 논리 중 하나가 고졸이지만 사법고시를 합격한 사람이다는 말을 듣고는 더욱 놀랐습니다. 학력이 계급장인 거지요.
그때는 육군사관학교 출신 만이 별을 달고, 그들이 만든 서클 안에서 장관이 나오고, 그들이 우리나라의 국방을 책임지는 유능한 인재라고 믿게 했지만, 그들이 만든 자주국방은 전시작전권 조차도 우리에게는 감당 못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전시작전권을 가져오겠다는 정부를 다구리 할 때, 아! 저들은 간판으로 능력을 가장하고 있었구나 알았습니다. 똥별들을 하늘의 별처럼 우러러보게 언론이 포장하고, 국민을 속였던 것입니다.
전직 장관이라는 사람들은 자기들은 시도도 못한 정책을 시행하려는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아! 저들은 능력을 네트워크에 의지해 포장했구나 그때 알았습니다. 패거리를 이룬 그들은 나중에 ‘국민은 개돼지’라고 비하하지요.
인터뷰이 조 교수는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의 예로 운이 좋거나(곽상도가 민정수석이 된 것은 최순실 라인이라는 소문이 그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있었다고 합니다. 그가 민정수석일 때, 최순실의 태블릿에서는 민정수석실 문건이 나왔다지요) 태어난 환경이 좋아서(박근혜는 아버지가 전직 대통령입니다.)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실제로 능력이 있는데도 사회적인 영향 때문에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거론합니다. 조 교수는 아니겠지만, 저는 노무현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자가 생각났습니다.
우리는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려고 애쓰는 것을 인간의 본능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본능이 아닙니다. 권력욕이 본능이고 권력을 갖고 지키기 위한 수단이 사회적 영향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회적 영향력은 쪽수로 결정된다고 그들은 믿습니다. 우리 편이 많으면 사회적 영향력이 생기는 거죠. 우리 사회는 능력을 포장한 사람들, 포장을 도와준 사람들, 그들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들로 쪽수를 늘렸습니다. 그리고 권력의 단맛은 끼리끼리만 나눴지요.
조 교수는 “우리가 사회를 만든 목적은 태어날 때의 능력을 떠나서 모두가 더 잘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개개인의 능력 차이가 “어마어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1985년생 우리 나이로 37의 젊은이가 세상을 보는 눈이 이토록 풍요롭습니다. 우리가 눈만 제대로 뜨고, 귀만 열면 능력 있는 선한 인재를 여기저기 어디서든 찾을 수 있음에 감탄합니다. 우리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증거들에 감사합니다.
제가 대학에 다닐 때, 운동권 내부에서도 메이저가 있고 그 기준은 출신 대학교에 따른다는 말을 듣고 속이 안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정치권으로 들어왔지요. 그들의 네트워크, 그들의 이너서클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선한 의지를 갖고 모두가 잘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계획을 실행하는 인재들을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조 교수는 지난 6월 삼성 호암상 공학상을 수상하고 상금 3억 원 중 1억 원은 인문학 연구를 위해 백규고전학술상에 기부했다고 합니다. 나머지 상금은 어디에 왜 기부했는지는 직접 기사를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가 인문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도 인터뷰 말미에 있으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기사에 이렇게 기분 좋은 적은 오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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