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썸바디 시청자 분류

무주이장 2019. 1. 4. 14:26

 

썸바디 시청자들 다들 안녕하시죠? 

 

 mnet방송국에서 지난 10월 중 촬영을 마치고 지금 방영 중인 썸바디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거의 폐인 수준이다. 출연자 모두가 사랑스럽고 재주가 많은 젊은이들이다. 네이버에 개설된 톡방의 글이 7만 개를 넘고 있지만 짬이 나는 대로 시청자들의 생각을 읽는다. 시청자들이 품은 출연자들에 대한 애증과 기대, 관심, 추리가 프로그램보다 더 흥미진진할 때가 있기도 하다. 프로그램에 얽힌 사람들을 분류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의리파

 한 번 좋아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분들이다. 의진이를 응원하는 팬들은 처음부터 썸바디는 의진이를 위한 프로그램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학이를 응원하는 사람은 홍학이의 예상 못한 소심함에 안절부절이다. 주리를 응원하면 주리의 모든 것이 좋다. 이슬이가 중간에 들어와 힘든 모습을 보면서 같이 마음 아파한다. 승혁이를 평하면서 세속적 기준을 들이대는 사람을 보면 흥분하는 분도 의리파다. 자기를 의리로써 지켜주는 분들을 가진 출연자 모두는 행운아들이다. 

 

사랑파

 썸을 타는 프로그램이기에 다른 사람의 썸을 보며 행복해하는 분들이다. 짝사랑에 눈물 흘리는 수정이를 보며 안타까워 같이 눈물 흘린다. 의진이가 주리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광경에는 의진이와 과거 한때 자신의 모습이 겹치며 가슴 설레한다. 홍학이가 승혁이와 불편한 관계가 되는 것을 보며 자신의 연적을 떠올리기도 한다. 캠핑을 갔다가 바로 옆의 승혁에게 썸뮤직을 받지 못한 연수가 다음날 아침 주리에게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선전포고가 아니라 배수진이거나 악전고투라고 생각하며 연수의 안타까움을 이해하려는 사람이기도 하다.

 

추리파

 방영되는 프로그램의 타임라인을 의심하고 출연자들의 의상, 액세서리, 머리카락의 길이, 출연자들의 공개된 스케줄 등을 확인하며 제작진이 섞은 스토리를 낱낱이 분석하여 출연진의 누구가 누구와 썸을 타고 결국 누가 누구와 커풀이 되느냐는 진실을 찾아 헤매는 분들이다. 자신의 추리가 공감을 얻고 확산되는 것에 쾌감을 느끼며 지적 만족감을 느끼는 분들이다. 이분들이 추리한 것들 중 결과와 적중하는 것이 어찌 없을 것인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스포파

 출연자들을 목격했다” “아는 사람에게서 들었다” “누가 누구와 사귄다더라등 자신의 네트워크를 자랑하며 결말을 알리는 사람들이다. 금방 드러날 말은 하지 않고 결론만 알리는 것이 특징이지만 간혹  성급함에 프로그램에서 금방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알려서 신뢰를 저하시키는 경우가 있다. 주리가 노담 공연장에 출현했다고 하여 주리가 성남아트센터에 오는 것을 잔뜩 기대하고 보았더니 거절 당했어라는 홍학의 말에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경험을 한 것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한 번 속은 사람은 아무리 진실을 알려도 믿으려 들지 않는다. 늑대와 소년의 우화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도 댓글의 감초이긴 하다. 

 

중재파

 시청자들 간에 발생한 싸움을 말리는 분들이다. 소극적으로 욕하지 맙시다부터 장문의 글을 통해 호소하는 분도 계신다. 그렇다고 중재파의 노력으로 분쟁이 조정되는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을 무시할 수도 없다고 본다. 세상에는 답정녀도 많지만 남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래서 생각을 바꾸는 분들도 작지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뜬금파

 갑자기 불쑥 진행되고 있는 댓글과 상관없이 질문하거나,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분들이다. 댓글도 글이라 기승전결이 있는 편인대(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느닷없는 들이댐에 갑분싸를 만드는 분들이다. 그래도 진지함에 던져진 뜬금이 경쾌함을 더하고, 슬픔에 위로가 전해지는 뜬금은 으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뜬금파의 천재성을 기대해본다. 

 

막무가내파

 자기의 인생관과 가치관 그리고 계급성을 막무가내로 지르는 분들이다. 이분들의 특징은 주루룩 막무가내로 글을 올리다가 갑자기 사라지신다는 것이다. 보통은 톡방의 다른 분들의 수준을 나무라면서 가는 것 같았다. 한번씩 다시 오신다면 이것 또한 말릴 수 없는 분들이다. 

 

사기파

 프로그램의 내용을 왜곡하는 분들이다. 출연자의 목소리를 엉뚱한 화면에 붙이고, 금방이라도 갈등이 고조되어 일촉즉발의 위기가 발생할 듯 화면을 조작한다. 이런 기법은 주로 예고편에 사용한다. 따라서 잔뜩 기대하고 싸움구경이나 불구경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본편에서 실제의 내용을 확인하고 속았다는 상실감을 갖게 한다. 또한 출연자들의 얼굴을 살짝 가리거나 실루엣으로 처리하여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시청률을 올리는 수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주로 이들은 방송국놈’(실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들의 사기수법이 고도화될수록 많은 시청자들이 즐거워하는 경향이 보인다. 속이 없는 시청자들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