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그가 병원을 간 이유

무주이장 2018. 7. 10. 17:25

그가 병원을 간 이유


 같이 일하는 직원이 나에게 고혈압 증세를 물었다. 고혈압은 아무런 증세가 없어 소리 없는 살인자라는 별명이 있다고 하면서 왜 그러냐고 물었다. 뒷골이 기분 나쁘게 당긴다는 것이다. 근처 농협에 혈압계가 있으니 혈압을 확인하라고 했다.


 몇 시간이 지나 사무실을 지나다 그 직원을 만났다. 혈압을 쟀냐고 물었더니 병원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만큼 불안했던가보다 짐작을 하고는 병원에서 진단을 어떻게 하더냐고 물었다. 목 근육이 뭉쳤다고 하더란다. 서로 얼굴을 보고는 빙긋이 웃었다.


 직원이 병원을 간 이유가 있었다. 아내의 직장 동료가 어제 갑자기 과부가 되었다면서 정말 오랜만에 자기의 건강을 염려하더라는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서른이 넘도록 같이 살았지만 아내가 자기의 건강을 염려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아내가 전하는 말에 의하면 죽은 남자의 나이는 57세이고,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죽어 있더라는 것이다. 아마도 뇌출혈로 인한 사망이었던 모양이다. 이 부부의 경우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는지, 아니면 따로 각 방을 쓰는지는 말을 하지 않아 모르겠지만 같이 잤다고 해도 아내의 무신경을 탓했을 것이고 따로 방을 쓰더라도 아내의 자책감이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직원의 몸매는 날렵하다. 비록 3년 후면 60이 되지만 침대매트를 생산하고, 운반하면서 발달한 근육으로 근력도 좋다. 같이 산을 오르면 항상 일등으로 올라가서 산대장으로 삼았다. 그런 그가 뒷목 근육통에 놀라서 병원을 다녀온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슬금슬금 생기는 나이가 되었다. 남편의 건강을 걱정해 주는 아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챙기는 나이가 되었다. 그런 직원을 보면서 나도 내 몸을 둘러보는 하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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