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오미자 꽃이 피었습니다.

무주이장 2018. 5. 7. 15:23

오미자 꽃이 피었습니다.



  지식이 짧아 오미자를 재배하는 곳이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냥 무주와 진안 봉화 그리고 문경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뒤진 결과가 아니라 오미자 농사를 짓는 분들이 계신 곳들이 대략 그런 곳에서 산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미자는 다년생

넝쿨식물입니다. 밭이 있는 곳들이 보통 해발 500미터 정도이므로 오미자는 고지대에서만 서식하는 식물일지도 모릅니다.

그 오미자가 꽃을 피웠습니다. 꽃에서 오미자의 다섯 가지 맛이 섞인 향기가 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앓은 비염으로 냄새를

잃은 지가 오래라 저는 잘 맡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상상만으로도 그 향기가 대단할 것 같습니다.


  오미자는 익으면 빨간 색을 냅니다. 포동포동 살이 오른 오미자를 수확하려면 농사를 잘 짓는 꾼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같은 초보들은

그저 병들지 않고 수확만 할 수 있다면 감지덕지입니다. 처음 제가 오미자를 맛본 곳은 부산 사하구 어디쯤의 찻집이었고 아마도 그곳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빠알간 찻물 위에 잣이 서너 개 동동 떠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예쁜 색의 차였다는 기억과 시원함에 더한

여러 가지의 맛이 제 눈을 번쩍 뜨게 만들면서 딴 세상에 온 듯 했습니다. 오미자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다섯 가지 맛이 나는

열매라는 상식정도로 마셨는데, 그만 오미자의 매력을 본 것입니다. 그러나 그 후 다시 맛을 볼 기회를 가질 수는 없었습니다.

얼음 동동 띄운 오미자차를 마시면서 여름날의 더위를 이기는 경험을 누리는 것은 무주를 드나들기 시작하면서였습니다.


  신맛, 단맛, 맵고 쓴맛, 짠맛은 오미자의 이곳저곳에서 나는 맛이라고 합니다. 껍질에서 신맛이 과육에서 단맛이 씨에서 맵고 쓴맛,

전체적으로는 짠맛이 난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네 인생과 비슷한 맛을 지닌 것도 같습니다. 누가 짠맛만 맛볼 것이며 단맛의 유혹만

즐겼겠습니까. 맵고 쓴맛에 눈물도 흘렸지요. 시집살이가 맵다고 했다죠? 인생의 굴곡을 넘다보면 시큼털털한 것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 오기도 했지요.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 동물입니다. 신맛에 찌든 사람에게서는 시큼털털한 냄새가 나고 매운 맛은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코를 자극하며 재채기를 유발합니다. 우린 이런 사람들을 본능적으로 피합니다. 쓴맛으로 인생이 얼룩진 분들은 어두운 뒷골목을

슬렁거리며 단맛의 기억을 추적합니다. 단맛은 어두운 곳이 아니어야 하며, 골목에 있는 것이 아님에도 단맛의 경험이 없다보니

어둠의 유령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짠내 풍기는 외국돈이 기세등등하던 IMF외환위기 같은 것이 다시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온갖 풍파를 겪고도 아름답게 모습을 가꾼 사람이 있습니다. 다섯가지 맛을 풍기는 꽃을 피우고, 가지마다 송이송이 탐스러운

열매를 거는 오미자처럼요. 그런 사람을 자주 만나면 좋겠습니다만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대신에 저는 오미자를 키웁니다.

꽃이 핀 밭에는 향기가 짙습니다. 비록 사람은 없지만 꽃향기는 가득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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