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가게 3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장편소설. 박소현 옮김. 다산책방 간행

벌써 먼 옛날이 된 듯한 3년 전, 개인적으로 눈 떠보니 선진국이었던 시절을 느꼈던 사건들이 몇 있었습니다. K-POP이 세계 여기저기에서 불리고, 그들이 공연하는 곳에서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한국계 미국작가의 작품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언론이 난리였습니다. 드라마부터 챙겨보고 책을 읽었습니다. 문학적인 면에서는 파친코에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이유에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단지 김민하 배우의 연기를 보며 지독한 일상을 꿋꿋이 살아내는 끈질김에 감탄한 기억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김민하 배우는 그 후 '조명가게' 드라마에서 다시 봤습니다. 다시 보니 반가왔습니다)  근대의 굴곡진 역사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디 한 분야라도 빠짐없이 많다는 사실을 우리..

매일 에세이 2025.03.19

시네마토피아. 강유정 비평집. 민음사 간행 1

‘사랑의 호소’ 그것이 본질이다. 강풀의 만화를 보면서 그가 사람을 보는 시각이 무척 따뜻하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많았습니다. ‘순정만화’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이라며 발표한 ‘조명가게’는 보는 내내 무서움증이 생겼습니다. 마지막 쯤 되어서야 어떤 이야기인지 알고 나서 강풀의 인간관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비극적인 사건을 이야기하면서도 사랑의 틀속에서 인간이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듯합니다. 따뜻한 사람이 전하는 이야기는 보고 읽는 사람에게도 따뜻함을 전달합니다. 기분 좋습니다. 그렇다면 우울한 이야기는 어떨까요? 마음이 같이 우울해집니다. 불안해집니다. 어떤 경우에는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책을 놓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희극보다는 비극이 더 사람을 유..

매일 에세이 2023.10.23

아연 소년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박은정 옮김 2.

아연 소년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박은정 옮김 2. 세상에 악을 확장시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악의 한가운데를 지나가지?(S. 알렉시예비치의 법정 증언 중에서) 강풀의 웹툰 ‘조명가게’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강풀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만화였는데, 이게 처음에 볼 때 제법 무서웠습니다. 어두운 골목을 통과하고 조명가게를 가는데, 보는 저도 그 골목에 들어서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강풀이라는 작가는 무척 따뜻한 이야기를 많이 그린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런 호러물도 잘 그리는구나 감탄을 하던 중, 조명가게의 정체를 알게 된 후, 역시! 하고는, 감복했습니다. 유령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그의 자질과 성품에 감복했던 기억이 또렷합니다. 그의..

매일 에세이 2022.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