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 6

서사의 위기. 한병철 지음. 최지수 옮김. 다산초당 간행

책의 제목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듯합니다. 서사, 즉 이야기란 무엇인가? 서사는 스토리와는 무엇이 다른가? 스토리텔링은 이야기하기와 무엇이 다른가? 정보와 이야기는 무슨 차이가 있는가?   스마트한 지배에 예속되어 억압도, 저항도 없이 삶을 게시하고 공유하고 좋아하도록 지배당한다고 하면서 새롭고 자극적인 뉴스거리가 넘쳐나는 시대, 이슈에서 이슈로 빠르게 이동하는 사람들, 스스로 자기 존재를 정보로 전락시키는 사회에서 개인은 각자의 이야기, 즉 서사를 잃고 우연성에 휩싸인 채 폭풍우 한가운데서 부유한다며 저자는 현실을 비판합니다. 정보 과잉 사회는 스토리텔링을 외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전시하듯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찰나의 장면들을 끊임없이 공유하고 공감 버튼을 누르지만 그 안에 의미는 없다며 이는 사라..

매일 에세이 2024.05.08

오늘 역사가 말하다. 전우용 지음. 투비북스 간행 1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을 우리는 바보라 부릅니다. 실수는 누구나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용납을 하지 않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역사가 반복된다면 그런 역사를 만든 사람들이 바보란 말이 될 것입니다.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전제가 있습니다. 과거 어떤 역사가 있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알지도 못하는 역사인데 어떻게 반복 여부를 알 수 있겠습니까. 선생의 짤막한 글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역사를 반복하는 실수를 거듭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무언가 조금은 다른 역사를 보기도 합니다. 귤을 키우려다 탱자가 된 아쉬운 역사도 봅니다. 안타까움에 아쉽고 분함에 치를 떨기도 합니다. 그런 인식들이 모여서 우리는 오늘의 역사를 과거의 그것과는 다른 역사로 쓰는 것이겠지요...

매일 에세이 2024.01.04

겨울방학. 최진영 소설. 민음사 간행 1

섬세함이 만든 불편 이겨내려면... 소설가나 시인의 마음은 섬세합니다. 사물이나 사건을 대할 때 그들은 함부로 재단하지 않습니다. 타인의 마음이 미묘한 변화를 보이면 이를 섬세하게 알아챕니다. 그러니 마음이 항상 편하지 않겠지요. 불편하면 사람은 편한 방법을 찾습니다. 개선이라고도 하고 개혁이라고도 합니다. 이기적인 편함은 그들을 불편하게 할 뿐입니다. 세상은 쉽게 개선되거나 개혁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힘이 모여야 변할 수 있습니다. 내 마음도 제대로 어쩌지 못하는데 타인의 마음까지 어떻게 쉽게 변화시킬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소설가나 시인은 항상 불편할 것입니다. 그 불편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이겠지요. ‘나의 아저씨’ 이선균 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버렸습니다. 타인의 삶을 연기하는 사람 또한 섬..

매일 에세이 2023.12.30

나에게 거짓을 말하지 말라. 존 필저 엮음. 히스토리아 1

오늘도 타당하고 내일도 옳은 저널리즘 찾기 언론은 스피커입니다. 누가 듣던 듣지 않던 계속 말을 합니다. 말이란 게 왜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하잖아요. 말은 힘이 있습니다. 그러나 힘이 있는 말을 하는 사람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많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존 필저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으로 종군기자를 오랫동안 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가 의미를 둔 저널을 엮은 책입니다. 본인의 저널을 포함하여 21명의 기사를 엮었습니다. 이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검색을 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자들을 감안하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것으로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남을 가르치려는 사람을 꼰대라고 부른다지요. 남을 속이는 사람은 사기꾼입니다. 있는 사실을 왜곡하는 사람들은 협잡꾼입니다. ..

매일 에세이 2023.07.23

코리아 체스판. 남문희 지음. 푸블리우스 간행 4

희망과 소망을 얘기하는 기레기에게 의견과 사실은 없다. 일개(?) 기자의 기사가 복잡한 국제관계를 다양한 루트를 통하여 정보를 입수하고, 그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을 통하여 외국과 우리 정부 정책의 풍향을 계측하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의 실무자는 자신의 의견을 정책의 일관성에 맞춰 조율해 가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이견을 어떻게 조정하고 있는지가 기사에서 보입니다. 대통령이 까라고 한다고 해서 입 다물고 고개 처박고 눈만 끔벅이지 않습니다. 장관의 행동은 신중하고 전략이 보입니다(한승주 외무부장관의 전략에 관한 기사를 책에서 보시기 바랍니다)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후 다음날 아침에 발표한 정책이 저녁 무렵 대통령이 “이게 아닌가 봐’ 한마디에 붕어..

매일 에세이 2023.05.29

정치 전쟁,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4.

비판글에 감정을 싣는 것은 글에서 자주 사용한 부사나 형용사의 거북함과 비슷하다. 강준만이 글을 쓴 목적은 책의 맺는말에서 그대로 보입니다. ‘정치 전쟁’을 푸는 방법은 건성으로 수긍하는 것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화이부동)이라는 주장, 양비론을 비판하기보다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기 위해 애쓰는 기자를 졸지에 ‘기레기’로 만들지 말자는 의견, 확신은 가능성을 외면하고 실제 세상과 단절시키는 잔인한 사고방식이라는 미국 심리학자 엘렌 랭어의 말을 인용한 것이나, 결론적으로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언론도 각자의 이념과 정치적 성향에 충실하기보다는 ‘두 개로 쪼개진 나라’의 분열 간극을 좁히는 일에 앞장서 주면 좋겠다는 권면, 그리고 그런 언론을 가리켜 ‘기레기’라고 욕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 좋겠다는 희망을..

매일 에세이 2022.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