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염병하고 자빠졌네’ 욕의 용례
욕의 올바른 용례를 알기 위해서는 역사를 살펴봐야 합니다. 선생은 욕도 개인적 징벌이기 때문에 옛날에는 죄질에 따라 상응하는 욕을 가려 썼다고 설명합니다.
1. ‘벼락 맞을 놈’은 천인공노할 죄를 저지른 자에게 쓰는 욕이라서 가까운 사람에게는 안 썼습니다.
2. ‘육시랄’, ‘오살할’ 등은 패륜적 행위에 써는 욕이랍니다.
3. ‘제미랄’, ‘제기랄’은 인간의 염치를 저버린 자들에게 썼습니다.
4. ‘지랄하네’, ‘염병하네’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욕으로서, 상식 밖의 행위, 앞뒤가 안 맞는 말,
이랬다 저랬다 하는 자, 허튼소리를 하는 자 등에게 썼습니다.
“며칠 전까지 ‘백신이 부족해 큰일’이라던 언론사가 이제는 ‘백신이 남아서 큰일’이라고 합니다. 작년 우리나라 국민총소득이 G7으로 올라섰는데, 그토록 ‘선진국 타령하던 언론사들이 ‘2년 연속 감소’만 강조해 보도합니다. 이런 언론사들을 상대로 써야 할 욕이 ‘지랄염병하고 자빠졌네’입니다.” 선생께서 앞뒤가 안 맞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언론에게 화가 잔뜩 나셨던 모양입니다. 십 원짜리 욕이 세상을 휩쓸고 있습니다. 영화에는 이런 신발끈 같은 욕이 없으면 대사가 이어질 수 없을 듯합니다. 골목에서 담배 피우는 십대들에게는 일상 용어가 되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욕이 품위를 잃어갑니다. 위에서 선생이 설명한 욕은 경우에 따라 죄질에 따라 달리 쓸 수 있는 품위 있는 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지난 강서구청장 선거 유세를 나온 안철수 씨에게 누군가 한 욕이 ‘지랄하고 자빠졌네’였다는 기사가 생각납니다. 그 욕을 하신 행인은 그래도 품위가 있는 분이었던 같습니다. 욕을 한 사람은 품위가 있는데, 욕을 먹은 우리 안철수 씨에 대한 세평을 들으면 좀체 품위가 보이질 않습니다.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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